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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전력산업사, 1898~1961
한국 근현대 전력산업사, 1898~1961
  • 교수신문
  • 승인 2021.05.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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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석 지음 | 푸른역사 | 524쪽

대한제국, 한성전기회사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

한국의 전력산업은 고종과 친미개화파 관료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영국 태생의 미국 실업가 콜브란과 손잡고 설립한 최초의 전기회사 한성전기는 명목상 민간회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황실기업이었으며 대한제국의 산업진흥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 기업이었다. 여기엔 명성황후가 묻힌 홍릉을 반일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전차를 놓으려는 고종의 의도도 반영됐다(49쪽). 정치 주도로 시작된 한성전기는 경영 과정에서 이용익을 중심으로 한 근왕파의 반대, 러일전쟁을 전후한 미일 등 국제정치의 세력 다툼을 겪으며 한미전기회사로, 종내는 일본인 회사인 일한와사에 매각된다. 한성전기의 실패를 두고 미국 의존적이었다거나 대한제국은 미일에 비해 손해만 떠안게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지은이는 이에 이견을 제시한다. 탄생 자체가 ‘정치적 산물’이었고, 한미 간 그리고 미일 간 외교문제이기도 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1903년에 반미운동의 하나로 전차 승차 거부운동이 벌어졌다는 흥미로운 일화(88쪽) 등을 곁들여서.

일제강점기, ‘북=수력’ ‘남=화력’이라는 기형적 산업구조

일제강점기를 다룬 부분은 전력통제정책과 일제 말에 형성된 전력 국가관리체제의 내용과 성격을 면밀히 검토한다. 1920년대 초 북한강 상류에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가 성공했지만 남쪽의 강릉수력 건설이 무산되면서 영월화력으로 대치된 것이 ‘북=수력, 남=화력’이란 전력산업구조의 기본 틀이 마련되는 계기였다고 설명한다(195쪽). 여기에 1930년대 초에는 한반도 전역에 무려 63개의 전기회사가 영업할 정도로 전력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한국인 소유 주식이 절반을 넘는 회사는 1931년 현재 7개사에 불과했다는 등 식민지 경제체제의 실상을 보여준다(159쪽). 한반도를 4개 구역으로 나눠 배전회사를 세워 전력통제를 했다든가 일제 말에 이르러서는 ‘전력 국영론’이 대두해 ‘조선전업’을 통해 전력 국가관리를 꾀한 사실 등 제도사에 비중을 두면서도 일제 전력산업 정책의 중심인 총독부 전기과의 핵심 이마이 과장의 이력을 소개하는(258쪽) 등 역사의 이면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는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5?14단전과 한국전쟁의 시련과 그 극복

해방 직후 남북한의 발전실적은 4.3% 대 95.7%였다. 한반도 전역에 전력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 5년이 채 못 되었지만 북쪽 수력전기에 대한 남쪽의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한데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선거 직후인 1948년 5월 14일 북한은 ‘남북전력협정’에도 불구하고 전력 대금 미지불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송전을 중단했다(296쪽). 앞서 47년 11월 두 시간여의 송전 정지 때 일부 공장의 생산량이 60~80%가 줄었으니 5?14단전의 쇼크는 막대했다(294쪽).
한국전쟁으로 전력산업 시설이 파괴된 여파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한국정부가 전쟁 전 북한 지역에 있던 화천발전소 확보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무릅썼을까(309쪽).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는 부산 감천발전소 건설을 위한 국제입찰에 일본 기업에 문호를 개방했을 정도였다(350쪽).

한국전쟁~5?16군사정변, 전력산업 틀 마련

전쟁이 멈춘 뒤 이승만 정부는 본격적인 전원개발계획 마련에 나서 미국의 원조를 기반으로 당인리 등지에 화력발전소를 신설하면서 전력난은 일시 해소되었다. 수력발전소 신설 계획이 미국의 관심을 끌지 못해 계속 지연되면서 미국 원조를 얻기 위해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전기3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도정부, 장면 정권 시절엔 정치적 혼란으로 성사되지 못했고, 5?16 이후 군사정권은 전기3사를 통합을 밀어붙여 1961년 7월 전기3사를 통합한 한국전력주식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이후 경제성장기의 전력산업 틀을 마련했다.
지은이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이 과정을 꼼꼼히 보여주면서 반일을 부르짖던 이승만 정부가 부산 감천발전소 건설을 위한 국제입찰에 일본 기업에 문호를 개방했다든가(350쪽) 한때 전기료는 국회 동의 사항이었다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준다.

학술사적 의의

지금껏 한국 전력산업사를 다룬 논문은 많지 않았고 학술서적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대한제국기부터 60여 년이란 장기간에 걸쳐 전력산업의 형성과 변화를 일별한 이 책은 연구사란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어느 학자는 앞으로 30년간은 다시 나오기 힘든 책이라 평가할 정도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 등지의 도서관 박물관 등으로 발품을 팔고, 한성전기와 관련 있는 미국인 보스트위크의 후손들이 소장한 자료까지 직접 파악한 지은이의 성실성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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