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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발굴, 전문성 보완해야
대학 발굴, 전문성 보완해야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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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민원의 급증과 고고학적 연구 및 교육의 역할 사이에서 대학발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발굴의 역할에 대한 관련 학계의 합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세종대, 한양대, 동아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박물관은 발굴건수와 규모면에서 외부발굴전문기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연중 진행될 수밖에 없는 발굴일정에 밀려 교수의 연구와 학생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정된 발굴보고서 제출 기간내에 많은 발굴을 깊이 있게 정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늦장 보고서 제출이나 부실 보고서가 탄생하기 십상인 것이다. 또한 교수들이 엄격한 현장관리를 통해 발굴의 기초자료 정리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학생들의 발굴 작업이 ‘발굴 실습’이 아니라 단순히 ‘땅 파기 노역’으로 전락된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일부 대학박물관이나 부설 연구소들이 전문적인 고고학 연구 인력도 충분히 구비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허술한 발굴허가체제를 이용해 ‘발굴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난 여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학박물관은 고고학 전공 박사급 상임연구원 한명이 5명의 연구원을 지휘하며 많은 발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건축사’ 전공 교수가 연구소를 차려놓고 발굴 작업을 시행하는 곳도 있다. ‘대학’이라는 전문적 이미지 차용만 있을 뿐, ‘발굴’의 전문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이백규 한국고고학회 회장은 향후 발굴은 외부전문기관으로 이양하고, 대학은 연구주제와 관련된 소규모 ‘주제발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발굴에 대한 폭증하는 사회적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의 구제발굴이 불가피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남규 한신대 교수는 “대학발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수들의 합의가 중요하지만 현재는 문제해결을 위한 동기 유발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실제로 지난해 고고학회 총회에서 제시된 ‘1대학 1년 발굴 1건 100일 이내 제한’ 원칙은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많은 발굴현장에 파묻혀 버린 대학발굴의 진정한 의의를 재발굴하기 위해 관련 전공자들의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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