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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부추긴 기후위기, 자유와 상상력마저 제한하다
욕망이 부추긴 기후위기, 자유와 상상력마저 제한하다
  • 김재호
  • 승인 2021.05.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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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의 시대』 아미타브 고시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56쪽

욕망이 부추긴 기후위기 
자유와 상상력마저 제한하다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인류의 최대 장점은 상상력이라고 하는데, 기후위기로 인해 이마저 영향을 받고 있다. 기후위기는 문학, 역사, 정치에 해악을 끼쳤다. 그래서 옮긴이 김홍옥 씨의 표현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막혔던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는 게 바로 이 책의 메시지다. 

저자 아미타브 고시는 묻는다. 만약 기후변화 관련 소설을 쓰면 그건 SF소설이 되는가? 생각해보니, 그런 소설이 있다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정치·경제적 문제와 심각하게 맞닿아 있는 사회 고발 소설이 될 듯하다. 아미타브 고시는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순수 소설 영역으로부터 배척당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기후재앙이 된 건 문화적 욕망 때문이다.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낙원’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비행기가 먼 곳으로 신속히 데려가는 속도감이나 날개의 재료인 강철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동안 문학은 전쟁이나 전염병, 정치 스캔들을 중요한 소재로 삼았지만 기후재앙은 예외였다는 게 아미타브 고시의 논리다. 검색해보니, 국내엔 『기 후변화 시대의 사랑』(김기창 지음, 민음사)이 최근 출간됐다. 소설로선 거의 유일한 듯 보인다. 

문화적 욕망이 이끈 탄소 경제사회 

역사적으로 보면, 기후변화는 복잡성을 띤다. 아미타브 고시는 남아시아가 기후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피해를 많이 입는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인구수다. 특히 갠지스강과 티베트 남서부에서 인도 북동부로 흐르는 브라마푸트라강이 합류하며 형성한 벵 골 삼각주에는 2억5천만 명이 몰려 산다. 이곳은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모여 있어서 기후 관련 재앙을 자주 겪는다.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파키스탄 등은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미타브 고시는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할 경우 그 나라 인구의 10퍼 센터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고 적었다. 

뒤늦은 산업화는 인구수와 맞물려 아시아를 지구온난화의 중심에 두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인구 밀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그 이전이 아니라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산업화했는가” 단순히 기술적 진보만 접근해서는 그 이유를 알 아차리기 힘들다. 왜냐하면 역사가 보여주는 건, 아시아의 수학, 철학, 과학 등이 더 앞선 경우가 많았고, 기술이 도입 됐을 경우 모방하는 것 역시 재빨랐기 때문이다. 

아미타브 고시는 “전 지구적 탄소 경 제의 형태를 결정한 것은 증기 기술이 막 싹텄을 때, 즉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에 유럽 강대국들이 진작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상당 지역에서 강력한 군사적·정치적 기반을 구축한 데 기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기후변화는 ‘자유’마저 억압한다. 사회체제나 관습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로서 자유는 근대성과 맞물려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빈곤이나 사회적 불평등의 더 심각한 문제들로 인해 기후 변화를 감지해낼 여력조차 없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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