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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그려낸 렘브란트 초상화
인공지능이 그려낸 렘브란트 초상화
  • 김재호
  • 승인 2021.05.14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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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아트 테크 4.0』 이보아 지음 | 북코리아 | 352쪽

기술로 예술 작품 분류·태깅, 관람객 반응 분석 
X-선 분석으로 알아차린 피카소의 숨은그림찾기

마이클 잭슨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듀엣을 한다?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이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시도해보려는 이가 있다. 바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스 코스텐이다. 그는 JWT(네덜란드 광고회사 J. Walter Thomps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인공지능을 통해 렘브란트(1606∼1669)의 솜씨를 되살렸다. 컴퓨터가 렘브란트의 화법으로 렘브란트의 초상화를 그려낸 것이다. 2016년 공개된 이 작품은 60개의 광고상을 휩쓸었다. 

이보아 중앙대 교수(예술공학부)가 쓴 이 책은 제목처럼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구체적 사례와 기법을 소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렘브란트가 1632∼1642년 동안 그린 회화 346점을 분석해 데이터를 쌓았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18개월 동안 진행됐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총 6천 개가 넘는 얼굴 랜드마크 데이터 셋을 산출했다. 데이터를 학습 한 인공지능은 500시간 동안 렘브란트 초상화를 그렸다.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로이에르스흐라흐트 60’ 미술관에 공개됐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에 사용된 알고리즘은 향후 오픈소스로 공개된다고 하니, 예술과 기술의 만남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기술이 예술과 접목하는 지점은 단순히 작품을 분석하거나 창작하는 수준만은 아니다. 예술 작품 분류와 태깅, 관련 작품 연결,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를 이용한 사회 비판,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텔레프레젠스(로봇과 통신의 융합으로 현장을 직접 가지 않고 보게해주는 기술) ‘콤파이 로봇’, 관람객의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 예술 비평을 하는 ‘베렌슨 로봇’ 등 다양하다. 관람객 투어를 돕는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인터랙티브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는 이제 당연할 정도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연구소는 페퍼를 기증 받아 본관 및 환경연구센터, 국립아프리카미술관, 허시혼박물관 및 조각공원 등에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관람객 수 예측과 전시 기획, 관람 행태 분석, 입장료 차등화, 참여 경험 증진 등을 추진하는 빅데이터 활용 사례도 있다. 2017년 영국의 국립미술관은 인공지능 기반의 관람객 분석을 도입했다. 이 미술관에는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이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더 좋은 미술관으로 변모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렘브란트 초상화. 머신러닝으로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되살렸다. 그림=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 유튜브 캡처 

오픈소스로 공개될 렘브란트 알고리즘 

그 효과 역시 뚜렸했다. 영국 국립박물관은 ‘관람객 인사이트팀’ 구성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프랑스어권 이외의 모든 언어권에서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프랑스어권 관람객은 가족과 함께 박물관을 관람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아트 테크 4.0』에서 눈에 띄는 건 6부 ‘디지털 이미징 기술과 예술작품의 보존 및 복원’이다. 그 기술들은 △탄소연대측정 △안료 시료에 대한 화학적 분석 △X-방사선 분석 △분광학적 스펙트럼 분석이나 초분광 이미지 분석 △수학적 알고리즘이나 시뮬레이션 △이미지 프로세싱 △고분해능 질량분석기 등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건 X-선(강한 복사선으로서 10∼0.01나노미터의 파장)을 이용한 기술이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웅크린 거지(1902)’를 X-선 분석한 결과, 여인의 굽은 등 아래 스페인의 푸른 언덕이 있었다. 또한 여인의 오른팔과 손을 그렸다가 마지막에 덮었다고 한다. 피카소는 과연 어떤 의도로 그랬을까. 

한편, 구글 아트 앤 컬처나 메트로폴리탄 홈페이지에 가면 무료로 수십만 점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서비스들도 많아, 홈 관람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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