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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지방대 고사시켜”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지방대 고사시켜”
  • 조준태
  • 승인 2021.05.06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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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원회, 6일 ‘고등교육 위기극복과 재정확충 방안’ 공청회 ①
대학들, 모집유보정원제·해산시 잔여재산 귀속 주체 다양화 등 규제 완화 요구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유기홍) 주최로 ‘고등교육 위기극복과 재정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6일 열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등 대학총장협의회 추천 전문가의 진술에 이어 정대화 상지대 총장(더불어민주당 추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국민의힘 추천)은 ‘지방대 살리기’ 발표에 나섰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더불어민주당 추천)와 김경희 명지대 석좌교수(국민의힘 추천)는 고등교육 재정확충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오전에는 고등교육 위기극복과 재정확충 방안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윤여송 인덕대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최일 동신대 총장(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추천), 이정미 충북대 교수(국공립대총장협의회 추천)가 나섰다.

 

 

학생정원 탄력 운영하는 ‘모집유보정원제’

황 사무총장(사진)은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 간 교육 차이가 현저하다. 그래서 입시 경쟁이 치열해졌고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도 문제다. 열악해진 재정요건에 건실한 대학도 교원 임금을 마련하지 못한다. 국가 R&D는 참여할수록 대학이 지는 부담을 키운다. 국립대마저도 교원 인건비를 국비로 충당하지 못해 등록금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대학 정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모집유보정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정원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필요할 때 자유롭게 늘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또한 성인 학습자와 직장인을 학교 현장으로 부르기 위해 주간, 야간, 온·오프라인 등의 과정을 분리·혼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지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대부분 대학이 지역, 그것도 외곽에 설치돼 통학에 어려움을 낳고 있다. 일본의 전문학교처럼 도심지에 빌딩형 캠퍼스를 설치하자. 또 지자체와 협력해 빈 대학 공간에 특수학교, 대안학교, 직업훈련기관 등 부설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연수시설이나 사무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학생이 줄어 입학 자원을 충당 못해도 교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의 취지는 좋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절대 금액을 유지해야 해 오히려 교과과정 운영비를 축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작년에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제정되면서 간접비를 연구비로만 사용하게 됐다. 이런 적용 기준을 완화해 대학 재정확충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산학협력단 별도 과세와 재산세, 법인세 등 사립대에만 부과되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으로도 간접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업교육 원하는 학생들이 당당할 수 있도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대표해 진술한 윤여송 인덕대 총장(사진)은 “전문대는 위기를 넘어 절망 상태에 빠져있다”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전체 134개 전문대 중 정원 모집 100%를 달성한 대학은 24개교에 불과하다. 전체 충원율은 84%로 전문대는 지금의 위기를 2~3배 이상 무겁게 감당하고 있다”며 전문대의 현실을 전했다.

윤 총장은 1979년 전문대가 만들어진 이래 올해에 이르기까지 전문대 관련 법안은 바뀐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금 상태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화된 인력을 교육할 수 없어 수업연한을 1~4년 내에서 자유롭게 해달라고 20년 전부터 이야기했다. 지금도 바뀐 것은 없다.”

일반대와의 관계도 언급했다. “전문대 직업교육을 일반대가 모방하는 것도 문제다. 같은 피부미용과를 가도 학생들은 일반대를 향한다. 평생교육도 마찬가지다. 직업교육, 평생교육 등 모든 방면에서 전문대는 길을 잃었다”라며 윤 총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방 경제활동 인구의 약 30~40%가 전문대학 졸업자임을 강조하며 낙후된 지역일수록 전문대 졸업생들이 그 지역 전문대를 졸업하고 동일지역 소재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높다고 전했다. 또 취약계층 졸업자의 약 6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고 있다며 “전문대는 지역 공동화를 완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올해 전문대의 학생모집은 84.4%를 채웠지만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일반대가 취업관련 실업교육을 실행해 직업교육 생태계도 혼돈에 빠졌다. 전문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있다. 전문대는 일반대 아래 단계의 학교가 아니다. 당당하게 취업을 원하고 실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오는 곳이다. 그들이 자긍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문대의 문제를 정리했다. 

그는 해법으로 ‘재구조화’를 제시했다. “학생들이 대학이 아닌 전공을 택해 진학할 수 있도록 대학 간 구분을 다시 해야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처럼 새로운 대학의 기능을 제시해야 한다. 지원을 늘려 무상교육을 실현하면 서민층 자녀의 교육사다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획일적 평가 사라져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추천으로 진술에 나선 최일 동신대 총장(사진)은 “한국 고등교육은 정권 향배에 따라 5년마다 바뀌어 왔다. 특성화 분야를 육성하려면 최소 10년이 필요한데 말이다. 일관성 없는 고등교육 정책 때문에 현재의 지방대학 고사가 벌어진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20년 전부터 예측됐다. 이게 어떻게 지방에 있는 대학 탓이냐. 정부의 소극적인 정원감축이 지방 소멸을 야기했다. 앞으로 20년 후 다가올 처절한 학령인구 감소에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최 총장은 지방대학의 정원만을 감축해서는 안된다며 수도권대학의 정원 감축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대학의 정원외 입학을 정원내 입학으로 흡수하면 자연스러운 정원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 그는 “정원감축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대학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6년에서 8년 정도 걸린다. 그전에 폐교에 이르지 않도록 국가적 재정지원이 반드시 주어져야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고등교육의 84%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대학은 열악하고 지원은 국립대에만 집중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공정한 경쟁은 없다. 경쟁력이 부족한 대학과 수도권 명문 대학을 경쟁붙이는 현재 대학평가 기준을 고쳐야한다. 대학 폐교가 능사는 아니다.” 최 총장의 말이다. 

그는 이어 “좋은 대학은 무엇인가? 학생 충원율이 높은 대학? 아니다. 지역 사정을 더불어 살펴 학력 수준이 높지 않은 학생을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키워내는 그런 대학이 지역에 소중한 대학이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대학이다”라고 말하며 수도권에 편향된 교육부의 평가기준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상당수 교원이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준비를 위해 야근을 한다. 미래인재 양성을 고민해야 할 대학에 이렇게 시간이 없다. 정치권은 교육부와 함께 재정을 확충하고 특성화 등 대학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는 데 노력해주길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국립대 경비 총액 지원하는 ‘국립대학법’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와 국가중심국공립대총장협의회의 추천을 받은 이정미 충북대 교수(사진)는 “대학의 위기와 지역의 위기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경제 위축에 따라 지역 내 일자리가 양적 축소와 질적 하락을 겪었다. 이렇게 정주 여건이 악화되면 우수한 인재는 지역과 지역대학을 떠나 수도권을 향한다. 이것은 대학입학자원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 경제를 위축시킨다”라고 악순환 과정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재 유출이 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생지와 거주지가 동일한 경우가 수도권에서는 89.8%인 반면, 지방 평균이 50%임을 언급하며 “지역대학은 타 지역 학생들로 유지되고 있고, 이들은 언제든 다시 본 지역이나 수도권을 향한다”라고 말했다. 또 지역 일자리의 낮은 질 때문에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대학은 학생을 잃고 지역은 인재를 놓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국립대 재정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정의 65%만이 경상운영비로 지원되며 나머지는 불안정한 사업비 위주 지원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국립대학은 교육 여건이나 성과 면에서 서울대, 수도권 주요 사립대에 크게 뒤쳐진다. 장학금과 기부금 등도 비교해보면 낮은 수준이다.”

이 교수는 국립대 재정확충 방안으로 국립대학법의 제정을 주장했다. 국가가 인건비, 경상적 경비, 시설확충비 등 국립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총액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도 발의된 상황이지만 국립대 설립운영을 규정하는 기본 법으로서 국립대학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립대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강화할 수 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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