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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 김재호
  • 승인 2021.05.0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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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손, 멜빌, 리파드로 들여다보는 미국
정혜옥 지음 | 도서출판 동인 | 264쪽

미국이 1783년 영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하고 오십여 년이 지난 후 유럽으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주장하던 19세기에 글을 발표한 작가들의 작품에 관한 책이다. 나사니엘 호손의 장편소설 네 편과 허먼 멜빌의 『사기꾼』, 조지 리파드의 『퀘이커 시티』에 관한 글을 모았다. 언뜻 보기에 공통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들의 작품은, 밑바닥에 미국이 건국 이념에 어울리는 나라인지 논의하고 있으며 그들이 꿈꾸던 사회에서 점점 벗어나 타락하는 당시 미국 상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이 작품들은 공통으로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서로 돕고 의지하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거듭날 수 있느냐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옥같은 많은 단편을 남긴 호손은 단편에서 다루었던 주제를 장편에서 좀 더 긴 호흡으로 더 넓은 배경 속에서 깊이 있게 다룬다. 그의 장편은 미국 건국부터 내포되어 있던 문제들이 호손이 살던 당시의 문제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심도 있게 다룬다. 허먼 멜빌은 『모비 딕』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사기꾼』에서 그는 미국 건국의 기본이 되는 이상적인 덕목인 믿음과 자선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미국인 내면에 감추어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퀘이커 시티』의 작가 조지 리파드는 호손, 멜빌과 다른 관점에서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를 그린다. 둘과 달리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극빈층의 삶을 뼈아프게 경험한 리파드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룬다. 리파드는 뉴잉글랜드 출신 호손과 뉴욕 출신 멜빌이 다루지 않은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타락한 부유층과 상상을 초월하는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생생하게 다뤄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을 전달한다.

이들이 작품에서 논하는 문제는 당시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사람 사는 사회는 언제나 갈등과 고난이 있었고, 우리만 고통스러운 문제적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말의 위안을 얻게 되고 우리에게 닥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게 된다. 작가가 제기한 문제의식과 이들이 우리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가 처한 고난의 질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헤쳐나가야 하는지 자신과 주변을 다시 한번 성찰하고 해결을 위한 첫발을 대담하게 내디딜 용기를 얻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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