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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저편 
생각의 저편 
  • 교수신문
  • 승인 2021.05.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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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4쪽

한 사회의 지적 자산은 여러 범주로 헤아려볼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든든한 것은 동시대를 앞서 고민하는 참된 지성, 멘토를 갖는 일이 아닐까. 정치학도에서 문화부 기자로, 문학비평가에서 출판 편집인으로 평생을 책과 함께 살며 시대의 운명에 맞서 온 우리 시대의 지성 김병익 선생이 2013년부터 본인의 이름으로 연재해온 칼럼을 『시선의 저편』(2016) 이후 한 번 더 갈음하여 펴냈다. 이번 책 역시 만년의 여가로서의 책 읽기와 세상에 대한 소외를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칼럼 쓰기’에 대해 그 의미부터 새롭게 인식하고 매번 그 본질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 노력이 새롭게 읽힌다. 정기적인 매체에 시의성이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읽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지, 의식의 결기를 다잡고 거기서 빚어질 긴장과 씨름하며 사유들 속을 부지런히 헤맨 기록이기 때문이다. 자신이기에 생각하고 쓸 수 있는 자유로운 대상을 다루는 데 객관적?공론적으로 벼린 말을 찾기 위한 그 부지런한 좇음이 지난 4년여의 시간적 흐름과 사회적 적요(摘要)를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다. 또한 『생각의 저편』에 담긴 글들은 그가 읽은 60여 권의 책과 몇 년간의 사건과 사고 들, 그리고 100년의 가까운 현대사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고, 대학생으로 맞았던 4ㆍ19와 편집인으로 맞았던 6ㆍ10의 민주주의는 정치권의 상투어나 권력자가 남용할 위선이 아닌 우리 사회의 개인적 삶의 실질이 되어야 함을 잊지 않게 한다.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이 같은 만년의 양식 쌓기와 사유의 증진은 살아 있는 한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삶의 가치를 고양시키는 노력인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선생에게서 지금을 살아내는 그 희망과 용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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