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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대전환 과제… 시민 공감대와 참여 없이는 불가
탄소중립은 대전환 과제… 시민 공감대와 참여 없이는 불가
  • 박강수
  • 승인 2021.05.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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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과학자문단 '2050탄소중립' 포럼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떤 물건을 어떻게 만드느냐, 산업구조가 어떠한가, 에너지 구조는 얼마나 효율적인가, 정책적으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 등을 나타내는 복합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엽 KEI 기후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사진=유튜브 캡처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떤 물건을 어떻게 만드느냐, 산업구조가 어떠한가, 에너지 구조는 얼마나 효율적인가, 정책적으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 등을 나타내는 복합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엽 KEI 기후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사진=유튜브 캡처

 

기후위기는 현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 행보는 전임자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 복귀였다.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정에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목표가 규정돼 있다. 우상향 폭주 중인 지구온난화 그래프를 멈춰 세우기 위한 국제적 발버둥이다.

더워 지는 지구를 막기 위해서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탄소)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흡수∙제거되는 탄소의 양을 맞춰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이 탄소중립이다. 파리협정 이행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인 셈이다. 지난달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앞다퉈 ‘탄소중립 플랜’을 내놓은 배경이다. 다만 아직 시민적 공감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 상황에 공감하는 한국인은 86.7%였던 반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동의하는 비율은 62.1%로 나타났다.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후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후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민생활과학자문단에서 소통의 자리를 만들었다. 5월 3일 ‘국제사회에 약속하는 기후목표 2050탄소중립 묻고 답하기’라는 제목으로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 제 38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이다. 1부 발표를 맡은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후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 집중할 정책 분야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기후위기로 세계 1인당 GDP가 7% 감소되고 탄소중립을 관철하면 1% 감소에 그친다”는 내용을 담은 IMF 보고서를 인용하며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의 전면적인 에너지 정책 재확립에 나선 “메가트렌드”라는 것이다.

한국은 갈 길이 멀다. 이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은 90년대부터 탄소배출 그래프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나 한국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짚으며 “2050년을 목표로 할 때 선진국은 60년간, 우리는 30년만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부문에서도 한국은 2018년 기준 1차 에너지(자연에서 얻어지는 최초의 에너지 공급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1.9% 정도로 OECD 평균(10.5%) 중국(9.1%), 미국(7.8%)에 크게 뒤쳐진다.

이 연구원은 한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특히 집중해야 하는 영역으로 ‘발전 부분’을 짚었다. “가정용∙산업용 전기요금과 전력사용량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 전기요금은 매우 낮고 전력사용량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즉 낮은 전기요금이 많은 전력소비를 유발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 부분에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올 1월부터 “재생에너지, 미세먼지 등과 관련된 기후∙환경 요금(kWh 당 5.3원)이 전기요금에 부과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부에서는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도 없다”는 과학자 켈빈 남작의 말을 인용하며 정 교수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탄소 정책 수립을 위한 정밀한 기후 과학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지구평균 기온은 1.1℃가 올랐고 파리협정이 한도치로 정한 1.5℃까지 남은 탄소배출량은 4천200억톤이다. 2017년 기준 한해 지구의 탄소배출량이 420억톤이었으니 현재 추세로 간다면 10년 안에 파리협정의 목표는 물거품이 된다.

정 교수는 “통상적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1%는 숲과 식물이, 23%는 바다 등이 흡수되고 남은 46%가 대기로 배출돼 수 백 년간 누적된다”면서 “현재의 탄소중립은 바로 이 46%를 줄이는 과업”이라고 해설했다. 이어서 정 교수는 한국의 경우 “2018년 기준 탄소 배출량 대비 흡수량이 6%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배출량을 줄이는 일 못지 않게 녹지를 늘리거나 기후공학 등을 통해 탄소 흡수∙제거 양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측정∙연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측정해야 정밀하게 대책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언론 등을 보면 기후위기와 관련해 사회과학적 정보는 많은데 자연과학적인 정보들, 탄소 순환과 같은 정보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온실가스 실태를 모니터링해 대응 전략의 토대를 제공하고 그 효과를 평가, 검증까지 할 수 있는 과학적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탄소중립은 과학적 과제”라는 말로 정 교수는 발표를 맺었다.

 

3부에서는 노동운 한국기후변화학회장 진행 아래 문승현 Non-CO₂온실가스저감기수개발사업단장, 한원식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국종성 포스텍 교수(환경공학부),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천권필 중앙일보 기자의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들은 탄소중립이 전사회적 전환을 요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시민적 공감대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백명수 소장은 “하향식 국가 주도 탄소중립 계획이 추진될 경우 사회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으로서 과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럼은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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