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18 19:28 (금)
퇴출이 답은 아니다…대학 자체 혁신이 먼저다
퇴출이 답은 아니다…대학 자체 혁신이 먼저다
  • 조준태
  • 승인 2021.05.03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개 지역 연구소, ‘지방대 위기’ 진단

지난달 김상호 대구대 총장이 사의를 표했다.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에 책임을 지고자 함이었다. 곧 지방대학의 대규모 미달은 현실이 됐고 학생 미달 대학의 총장들은 사퇴압박에 몰렸다. 그런데 이 문제가 과연 대학 총장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일까?

지난달 22일 열린 ‘지방대학의 위기 대학정책의 과제’ 정책토론회는 이러한 배경에서 기획됐다. 국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대구사회연구소를 비롯해 광주연구소, 부산경제사회연구회, 호남사회연구회 등 4개 지역 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방대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대학정책의 활로를 여러 방향에서 모색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가능한가?
“사립대 재정회계 투명화 우선해야”

가장 주요한 논점은 재정위기였다. 학생 수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고등교육 재정 구조의 높은 등록금 의존도다. 2017년 기준 한국 고등교육 지출 중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인 68%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임재홍 방송대 교수(법학과)는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민간이 담당한다”라고 말했다.

재정지원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짜다. 2019년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지역별 대학재정지원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대학당 지원액은 225억 원이다. 반면, 지방대학의 대학당 지원액은 121억 원으로 수도권의 절반가량이다. 국립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여타 국립대의 2.7배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하 교부금법)이 2009년부터 논의됐다. 그러나 2021년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입법은 요원하다. 과연 교부금법 제정은 현행 법체계상 가능한 것일까?

임 교수는 재정교부금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균형을 맞춰주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이 정의에 따르면 고등교육 지원을 위해 교부금법을 도입하는 것은 취지상 어긋난다. 교부금법을 그대로 도입하고자 한다면 “국가사무인 고등교육업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로 전환해야 한다”고 그는 정리했다.

교부금법을 지금 이대로 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임 교수는 대안으로 교부금법의 취지를 잇는 보완적 제도를 제시했다.

기존에 논의된 교부금법은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을 계산해 그 차이를 국가가 재정교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교부된 금액은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나뉜다. 보통교부금은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지원금 등으로 쓰이고 특별교부금은 강사지원, 천재지변으로 인한 특별한 재정 수요 시에 쓰인다.

이러한 교부 방식과 용도 구분을 ‘법률’에서 일반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식을 취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게 임 교수의 의견이다. 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은 일반회계로, 특별교부금은 특별회계로 규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교부금법 논의의 진전을 위해 사립대 혁신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대 재정지원에 따르는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재정교부 이전에 사립대 재정회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 거버넌스 구조를 민주화해 신뢰를 회복할 때 공적 지원이 뒷받침으로서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4월 22일, 여의도 이룸센터 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대구사회연구소

대학 무상교육은 어떻게?
“사립대 혁신 어려워지면 국립대도 제동 걸려”

교부금법에서 논의를 더 진전시켜 보자. 대학생의 수업료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면서 인건비 등에 대한 지원금을 점차 늘리면 수요자 부담이 제로가 되는 무상교육에 도달할 수 있다. 공적 지원을 늘려 무상교육을 실현하는 일은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 사적 부담이 커질수록 재정기반이 불안해지고 교육의 질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의 1인당 공교육비가 모두 OECD 평균을 높게 상회한다. 하지만 고등교육 과정의 경우 20년간 OECD 평균 수준에도 못 미쳤다.

2020년 5월 기준, 전국 대학생 수는 약 190만 명이었고 전체 대학의 등록금 평균은 약 650만원이었다. 고영구 극동대 교수(교양대학)는 이로부터 대학 무상교육에 소요되는 예산을 연간 12조원으로 추산했다. 현재 노르웨이, 프랑스, 핀란드, 독일 등 OECD 가맹국 36개국 중 16개 국가가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임 교수는 무상교육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모든 대학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이 방법은 고등교육법 안에 대학 무상교육을 명문화해 국·사립을 불문하고 재정지원을 일반예산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모든 대학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립대 혁신이 어려워지면 국립대 무상교육에도 제동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의 개별 제정을 통해 별도로 실시하는 방안이다. 국립대는 이미 국립대학회계법이 마련돼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법의 제정 혹은 국립대학회계법의 개정을 통해 국립대의 일반예산을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으로 계산해 부족분을 지원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된다.

사립대의 경우에는 재정회계와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대학부터 점진적인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사립대학법 혹은 공영형사립대학법의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 임 교수는 “다만 사립대의 완전 무상화에는 상당히 많은 쟁점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자체, 대학정책 관할 가능한가
대학 관할청 역할 수행 중인 제주도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교육부 권한 분할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오세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처럼 “지역 대학은 지역 청년, 지역 산업, 지자체와 피드백고리를 형성한다.” 이 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맞춤 전략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맞춰 대학정책 관할권 또한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시·도 광역지자체로 이전해야 한다고 고 교수는 말했다.

고 교수는 그 예시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시한다. 2012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해 도내 사립대학 설립·인가와 지도·감독업무 권한이 교육부로부터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양됐다. 그 덕에 제주도는 교육부와 동일한 대학 관할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써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고등교육 설계가 가능했다.

지역과 대학의 관계는 순망치한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중앙에 있는 교육부는 모든 지역의 사정을 알 수 없다. 결국 지역의 교육을 개선하는 방법은 지역이 관할권을 갖는 것이다. 광역지자체의 책임성이 강화된다면 지역 대학에 알맞는 지원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오 선임연구위원의 말처럼 “취약한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지, 강한 부분은 어떻게 강화할지 확실한 비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