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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평가 곳곳에 독소조항
업적평가 곳곳에 독소조항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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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유치, 발전기금납부하고 '불평' 없어야 승진?

상당수의 대학들이 교수 업적평가에 졸업생 취업률, 신입생 모집률, 재학생 탈락률, 기부금 유치 실적 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수 재임용 교육·학문 등의 객관적 부문이 아니라 '습성적 불평 불만 소유 여부', '건전한 국가관 확립' 등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평가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는 등 교수업적평가 규정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의 교수인사규정·업적평가규정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졸업생 취업률을 정량화된 평가항목으로 포함시킨 대학은 1백46개 대학 가운데 47개 대학이었으며, 신입생 모집 공헌도, 학과 재학생 유지율, 고교방문 횟수 등 학생모집실적을 평가점수화한 대학은 21개 대학이었다. 또 모집액수별로 발전기금 기부 및 유치 실적을 평가한 대학도 13개 대학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야대는 총 540점 가운데 70점을 신입생유치 홍보활동, 편입생유치 홍보활동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대신대는 교육영역 100점 중 4명이상의 학생유치에 10점, 3명 유치에 8점을 부과했으며, 재학생등록률이 80% 이상일 경우 10점, 75% 이상일 경우 8점을 부여했다.

일부 대학들은 봉사점수가 모자라면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게 했다. 봉사영역에서 대학발전기금 기부 여부를 반영한 대학은 충주대, 평택대, 전남대 등으로 충주대는 '대학발전기금 100만원 이상 납부 또는 유치 500만원 이상'일 경우 실적으로 평가했다. 건양대의 경우 봉사(30점)항목에서 발전기금유치 10만원당 2%(10%당 0.5점)를 뒀으며, 최고 100%까지 허용했다.

학생부족으로 대학들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자 업적평가를 통해 교수들에게 신입생 미충원, 취업률 저조 등의 책임을 떠넘기고, 발전기금까지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2월 헌법재판소가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교육 학문 등 객관적 사유여야 한다'라고 결정했지만, 일부 대학들은 여전히 독소적인 주관적 인성 평가항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백46개 대학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68개 대학이 임면권자의 재량권이 남용될 수 있는 주관적 평가 항목을 재임용 심사에 반영하고 있었다.

전주대는 인사규정에서 △교육자로서의 신앙적 인격과 품성 △교육에 대한 헌신도 △도덕적 청렴성 및 자기 관리 △건학정신의 구현 △대학발전을 위한 각종 행사 참여도 및 협조성 △기타 제 규정 준수 등을 각 항목별로 5등급화(A∼E)시켜서, 총 40점 가운데 24점 미만이거나, 항목들 중에 E평가를 2개 이상 받은 교수를 승진·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킨다고 명시해놓았다. 국립대인 진주교대는 △교수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건강상태 △학내, 학과내의 인화관계 △불평, 불만의 습성적 소유 여부 △개인생활의 청렴도 △준법정신 △국가사회의 성정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등을 5등급으로 평가해 재임용·승진 심사에 적용하고 있었다.

'비판'과 '불평'이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을 감안한다면, 교수들의 올곧고 입바른 비판에 재갈을 물릴 법한 규정에 다름 아니다. 승진하려면 우선 '순종'하고 볼 일이다.  

이같은 상황은 전문대의 경우에 더욱 심각했다. 교수신문이 전문대 88곳의 교원인사규정·업적평가규정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동양공업전문대학, 명지전문대학 등의 전문대를 제외하고는 학생 모집율, 학생 취업률을 거의 예외없이 업적평가에 반영하고 있었다.

'인성평가'와 관련, 신구대학은 총점의 20%를 학교발전기여도 등 수범활동을 평가하고 있었으며, 천안연암대학은 총 100점 가운데 교수기본적 자질에 10점, 준법정신 및 청렴도에 10점, 국가 및 사회 기여도에 10점, 대학발전기여도에 10점 등 40%의 높은 비율로 주관적 항목에 의해 재임용 평가가 이뤄지는 나타났다.

한편, 일부 전문대에서는 직급별로 정원을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승진 기회를 애초에 배제하고 있었다. 가톨릭상지대학, 대구미래대학, 세명대학, 여주대학, 창원전문대학, 한국철도대학 등의 대학들이 이 경우다. 가톨릭상지대학은 교수 10%, 부교수 20%, 조교수 30%, 전임강사 40%로 직급 정원을 정해놓았으며, 세경대학은 교수 10%, 부교수 15%, 조교수 25%, 전임강사 50% 등 전체 교수의 절반을 전임강사로 둔 상태다.

대구미래대학은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고 있는 상위법 '교육공무원법'에는 아랑곳없이, "정년보장교원의 정수가 정관이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6년간 기간을 정해 교수로 재임용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동주대학도 유사하게 교수를 '8년 기간'으로 임용하도록 한 다음, "정년보장심사 규정에 따른 심사를 거쳐 정년보장임용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교수의 '정년보장' 원칙을 위배하고 있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 대학별 재임용·승진 평가 항목 천태만상 (표)

교수 재임용·승진 심사에서 '교수의 인간관계', '준법정신', '교육자로서의 인격'이 평가 잣대로 활용되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대학에서는 학생모집률, 취업률을 일정비율로 평가에 반영하고 있었다.

평가항목 대학
취업률 실적 가야대, 건양대, 계명대, 광주대, 극동대, 대신대, 동명정보대, 동서대, 서남대, 선문대, 전주대, 평택대, 한남대, 한라대, 한세대 등 47개 대학
학생등록률 및 유치실적 가야대, 건양대, 경동대, 극동대, 대신대, 동명정보대, 동서대, 동양대, 목원대, 선문대, 예수간호대, 예원예술대, 위덕대, 초당대, 호서대 등 21개 대학
발전기금 유치 실적 건양대, 경일대, 남서울대, 대구대, 동양대, 목포해양대, 예수간호대, 우송대, 전남대, 전주대, 충주대, 평택대, 협성대 등 13개 대학
주관적 판단 항목 가야대, 경기대, 경성대, 계명대, 극동대, 대구가톨릭대, 동서대, 목포대, 서남대, 서울기독교대, 전주대, 진주교육대, 청주대, 평택대, 한동대 등 68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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