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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정이냐”…불평등과 능력주의 진단
“이게 공정이냐”…불평등과 능력주의 진단
  • 김재호
  • 승인 2021.05.04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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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리뷰_『철학과 현실』 철학문화연구소 | 308쪽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이게 공정이냐’는 탄식이 흘러나 오고 있다. 이에 맞춰 계간지 『철학과 현실』(128 호, 2021년 봄호)이 특별좌담으로 ‘공정의 문제와 능력주의’를 다뤘다. 갈수록 공정성 문제, 더 나아가 공정성에 대한 담론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시대에 적합한 주제다. 

특별좌담에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 과정), 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과),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 이진우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가 참여했다. 논의는 크게 세 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는 한국의 불평등 문제, 두 번째는 한국의 제도적 공정성의 문제다. 세 번째 는 한국의 능력주의와 공정의 문제다. 

(왼쪽부터) 특별좌담에 참석한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 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과),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
이진우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사진=철학과현실 

절차, 보상으로서 공정과 현실 

좌담에서 나온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한국 사회는 공정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자기 경험과 상황에 맞춘 공정들이 난무한다. 권력층은 우격다 짐으로 자신의 공정만을 밀어붙이며 자기배반의 역설이 발생한다. 즉, 공정과 현실의 배리(背理)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와 경쟁, 결과 차원에서 공정에 대한 철학적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에선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가 만연하기에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능력주의에서 ‘능력’은 자기가 쌓아 올린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학벌이 대표적 능력주의인데, 왜곡되는 이유는 사회적 보상체계가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논의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에서 발생했던 평창올림픽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등을 거론하며 “공정과 관련하여 이념과 현실 사이 일종의 간극 현상, 또는 비동조화 현상이 일어나 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정은 보편적인 개념의 공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그동안 공정에 대한 교 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기회의 균등은 공평”으로, “경쟁의 과정은 공정성(fairness)”으로, “결과의 정의는 경쟁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경쟁에 참여조차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존엄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리하자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현재 상황이 심각한데 “오히려 어떤 논리의 폭정, 또는 우격다짐을 통해서 이것도 공정이고 정의고 평등이라고 주장하는 이중성, 자기모순, 자기배반을 범하는 위선의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자기배반이라는 위선의 문제 심각 

두 번째로 한국의 제도적 공정성 문제를 다뤘 다.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법의 지배’가 뒤로 밀려나고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하나의 풍조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정의실현을 막는 전관예우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위성정당 창당을 예로 들면서, 민주적 가치가 왜곡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박 교 수는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여야 한다”는 민주 공화국의 출발점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누구나 인정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법관이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역시 없다고 진단했다. 

특별좌담은 능력주의와 공정의 문제로 이어졌다. 박 교수는 현 상황의 문제를 “민주화세대·86세대의 집합적인 부도독과 윤리 파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세대들이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데,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불공정한 방법으로 지위나 부를 세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신 교수는 “그건 불공정하다는 식의 자기 경험과 자기 상황에 기초해서 공정·불공정을 생각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특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능력과 노력의 표현인 학력의 격차가 한국 사회에서 학벌로 왜곡되는 이유는 사회적 보상체계의 균형이 현격히 어그러져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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