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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 국가에 비춰 본 ‘한국식 검찰개혁’ 채점표
33개 국가에 비춰 본 ‘한국식 검찰개혁’ 채점표
  • 박강수
  • 승인 2021.05.0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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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_『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과 제도의 이해』
정웅석 지음|박영사|916쪽

 

 

대륙법vs영미법, 상충하는 공수처의 법이론

수사의 주재자는 누가 되어야 하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기는 다난했다.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래 지난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을 타고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19년 12월 30일 법안이 통과됐으나 이듬해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한 야당의 거부권에 가로막혔고 이는 다시 ‘180석 거여(巨與)’의 개정안 처리(2020년 12월 10일)로 돌파됐다. 23년어치 허들을 2년 새 두 번 넘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고 평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21일 현판식을 올렸고 지난달 30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1호 사건’은 아직 미정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약 7천 명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해 광역단체장, 장성급 장교와 각종 공직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그리고 이들의 가족이 포함된다. 이중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5천 여명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실제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공수처에 접수된 966건의 고소고발 중 63%가 판검사 관련 사건이라고 한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평과 비판의 실타래는 어지럽다. 현 검찰제도, 경찰과 관계에 대한 평가가 이 제도에 대한 시선을 가를 뿐 아니라, 대통령의 자평에서 묻어나듯 현 집권세력은 검찰개혁을 국정과제의 맨 앞줄에 내세우다시피 했고 그 핵심부에 있는 결실이 공수처이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문제적 제도’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이기도 한 저자는 지난 3월 현실의 타임라인에 발맞춰 공수처와 한국 검사 제도의 논점을 총망라한 일종의 ‘전과’를 펴냈다. ‘법과 제도의 이해’라는 건조한 제목과 달리 일정한 입장 위에 서 있는 책이긴 하나 속도와 규모 면에서 주목할만한 작업이다. 현행 공수처 법안의 요목을 차근차근 따지고 풀이한 3장은 물론 지난 1월 한 차례 결론이 났던 위헌성 문제를 다룬 2장, 한국의 검찰제도 변천사를 집약하고 이로부터 공수처법 개선 방안을 도출한 6장까지 풍성한 논점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백미는 역시 33개국의 검사제도를 비교한 4장과 17개국의 반부패특별수사기구 현황을 살핀 5장일 것이다.

이 장황한 비교가 필요한 이유는 저자가 볼 때 공수처(와 검찰개혁) 논란의 본질이 대륙법 체계(수사)와 영미법 체계(재판)의 충돌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한 대륙법계 국가에서 수사활동은 “치안질서를 위한 행정작용이 아닌 형사사법작용”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검사는 수사의 주체가 돼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보장받고 사법경찰(행정경찰과 분리)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영미법계에서 검사는 “수사 절차의 주재자가 아닌 피해자 내지 경찰을 대리한 소송의 일방 당사자에 불과”하다.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 등의 의무만 지고 경찰은 더 복합적인 수사기관으로 구성된다(미국의 FBI, DEA, SEC 등).

 

한국의 경우 근간은 대륙법이다. 검찰이 직접수사도 하고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 전까지는 수사지휘도 했다. 반면 재판은 영미권의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 즉, 개혁안을 설계하기 전에 “한국 형사사법체계를 영미법으로 할 것인지 대륙법으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영미법으로 체제 개편에 나설 경우에는 특별 수사를 위한 외청 신설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대륙법 체제를 유지할 경우에는 (공수처 신설보다는) 기소대배심(미국)이나 예심제도(프랑스)를 도입해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통제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책 전반의 논리는 공수처 제도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전제로 조율돼 있다. 단순히 방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공수처법 개론서보다는 상세한 각론을 통해 논의를 촉진하고자 하는 전략적 학술서에 가깝다. 독자 입장에서도 스스로 생각을 돌아보고 정비해가며 거리를 유지한 독서가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6장 2절에 나오는 “관련 규정이 없어 공수처장에 대한 국회의 해임 의결이 불가능하다”는 서술처럼 반론(“공수처장도 검사처럼 탄핵이 가능한 공직자” 헌법재판소)이 가능해 보이는 대목도 눈에 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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