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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출산율·지역소멸, 복잡하게 얽힌 ‘지방대의 위기’
산업·출산율·지역소멸, 복잡하게 얽힌 ‘지방대의 위기’
  • 정민기
  • 승인 2021.04.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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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첫 포럼 '지방대의 미래'
지난 22일 ‘지역소멸 위기와 대안:지방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국회미래포럼이 열렸다. 참가자들이 포럼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2일 ‘지역소멸 위기와 대안:지방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국회미래포럼이 열렸다. 참가자들이 포럼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지난달 22일 ‘지역소멸 위기와 대안:지방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첫 국회미래포럼을 주최했다. 국회 소속기관에서는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미래연구원이 참여했다. 공공연구기관에서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의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지역위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고려해 ‘미래 대안’을 중심으로 고등·평생 교육, 지역경제, 혁신, 균형발전, 삶의 질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논의했다. <교수신문>은 각 기관별 입장을 요약해 보도한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일반대는 학위과정 질 제고를... 지역 평생학습은 전문대가 적합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선임연구위원

 

한국형 커뮤니티칼리지를 만들어야 한다. 성인 중심, 파트타임 중심의 양질의 유연하고 다양한 평생학습과정을 제공하고 직업계 고교와 4년제 대학과의 유기적 연계가 확보된 공공성을 가진 개방 대학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지역 내 핵심 평생학습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은 일반대학이나 지역 내 비대학 평생학습기관보다 전문대학이 더 적합하다. 지역 내 중추적 평생학습기관은 학령기 학생 대상 학위과정 중심이 아니라 성인대상의 비학위과정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반면, 일반대학의 경우 학위과정 중심 운영이 불가피하고 학위과정의 질 제고가 지금 상황에서 더 중요한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내 비대학 평생학습기관에 비해서는 전문대학이 인적자원과 시설, 기자재 등의 인프라가 더 양호하다. 고등교육의 보편화와 대중화에 따라 평생교육이 대학 수준으로 상향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도 평생학습 공급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며, 대학 중에서는 일반대학보다 실용적인 직업교육에 치중하는 대학들이 중추적 평생학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개별 대학들이 열린대학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열린대학이 중추적 평생학습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열린대학의 성인강좌 시간 총량은 응용과학대학이 일반대학보다 4배 이상 많다. 마찬가지로 독일 대학의 평생교육체계도 전통 엘리트 대학보다 응용과학대학에서 더 활성화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일반대학보다 커뮤니티칼리지가 지역 내 중추적 평생학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평생학습공유대학’의 구축을 통해 지역 내 평생학습 제공 기관 간 유기적 연계, 협력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내 ‘평생학습공유대학’을 단일의 ‘한국형커뮤니티칼리지’로 발전시켜 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대학은 도립화를 지향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내에서 대학이 경쟁하기보다 공유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산학협력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때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재정지원을 통해 기업이 대학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시책... ‘극복’ 보다는 ‘적응’에 초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소영 센터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대학이 마주하는 위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안들의 문제점과 대안책을 모색했다. 

현재 지방대학이 마주하는 대학 바깥의 문제는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이 유출되면서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복잡한 사안들이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복합적인 미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파트너쉽 구축, 공동체 참여 등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특히 이번 국회미래포럼과 같은 자리가 많아져서 다양한 의견이 모아질 필요가 있다. 또한,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 촉진에 교육의 중요성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산업 일자리-지역인재 육성-지역정착 촉진이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현재 국가균형발전 관련 정책은 성장촉진지역, 특수상황지역, 농산어촌,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총 4가지다. 여기에 올해 6월 9일부터 인구감소지역에 관련된 사항이 추가된다. 

그러나 인구감소지역 시책이 지방대학이 원하는 시책과 조금 엇나간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시책은 “지방에 인구를 유입하려는 극복정책이기보다는, 인구가 줄고 있으니 그 줄어드는 인구에 맞게 적응해 공공·행정·교육서비스를 줄이며 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시책에는 ‘청년 창업 및 정착 지원’ 등 청년 인구 유출 방지 및 유입 촉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 소멸시키는 근본적 문제는 ‘저출산 가속화’

국회예산정책처 김상미 경제분석관

 

과거 지방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충원을 유지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졌다. 의대, 치대, 한의대 등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이고, 로스쿨 등의 전문대학원의 지방대 졸업생 의무 비율을 설정하는 정책이 지난 3월 2일에 발표됐고, 공기업 채용 지역 할당제를 지역 대기업으로 확대하고 지역대학 연계 진로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자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임시방편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역 할당제는 ‘주소변경’을 통한 우회가 가능하고, 이러한 정책들이 지방대 교육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의 대학 교육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데 공급을 줄이는 것은 여러 이해관계에 의해 어려우니 공급 주체별로 할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교육의 공급을 줄이되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의 역할을 신입생 유치를 통한 교육 수요 충족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기업과 연계한 교육 및 연구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다양한 산학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저출산 추이를 둔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20년 출생아수는 27만 명으로 2021년 대학 정원 49.2만 명의 약 55% 수준이다. 이러한 추이가 지속한다면 지방대학의 ‘소멸위기’ 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지방의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출산율 추이 반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개정 ‘지방대육성법’ 6월부터 시행... 착실하게 진행돼야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

 

지역·시기·학생군별로 고등교육 학령인구의 세분화된 예측이 필요하다.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방대학은 ‘전체’ 학령인구 감소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학령인구 변화를 따져봐야 한다. 또한, 대학의 유형과 대학의 계열 및 전공 학과 등에 따라 학령인구 변화 양상이 다르다. 그러므로 지역별・시기별・학생 군별 등으로 세분화하여 고등교육 학령인구를 추계해야 한다.

이런 조사는 국가 수준에서 담당할 범위가 있고 대학 협의체 차원에서 담당할 범위가 있다. 또 개별 대학에서 담당할 내용도 있다. 교육부는 이에 관한 전문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적정한 방안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도출된 고등교육 학령인구 추계를 공개하여 활용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전체 고등교육 구조개혁 추진 방향과 로드맵을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20대 국회, 19대 국회에서 제안된 대학 구조개편 관련 법률안을 토대로 논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2일에 개정된 지방대육성법은 “대학과 지역이 협업하여 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한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수행하는 지역혁신 협업체계의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입법 목적에 부합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대에 국가와 일반 지자체의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20일에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 등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했으나, 지방대 전반적 구조적 위기에 대한 재정지원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고등교육 학령인구의 추계와 대학의 특성화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대학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불황으로 무너진 지방... '유기적 클러스터' 구축이 시급하다

국회미래연구원 김유빈 연구위원

 

지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식의 창출 기능(연구개발), 지식 접목 및 확산(생산), 인적·물적 인프라(대학, 기업), 지원정책(정부)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지식 접목 및 확산 관련 생산 기능을 중심으로 집적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관련 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의해 타격을 받게 될 경우 지역 경제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한 구조로 이어져 왔다. 따라서 지역의 자생적이고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산업정책 및 지역개발정책’에 치우쳐져 있던 지역혁신정책을 ‘지식 창출 및 집적’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은 혁신클러스터 정책을 통해 지리적, 공간적, 분야의 인접성, 유사성 등을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 지방산업단지 등을 육성해왔다. 초기 경제개발 단계에서는 혁신클러스터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연구개발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 지역은 생산을 중심으로 담당하게 되는 이른바 “연구와 생산 기능의 분리” 현상이 심화되면서 점차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모델은 대량 생산 수출형 산업에서는 적합하였으나, 이후 제조업 경기 불안이 지역 경제의 붕괴로 연결되면서 고급 인력이 지역에서 유출되는 것을 강화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혁신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혁신 주체(기업, 연구소, 대학 등) 간의 분업과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기업지원기관과 금융기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유기적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강점 분야의 경쟁력 강화로 관련 지식 생산 기반을 만들고, 생산된 지식을 활용하고 확산할 수 있는 혁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희망 전략 사업 분야가 지역별 특색 없이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R&D 역량, 대학, 연구소 등 지식 인프라, 연관 산업 등 지역 경쟁력 분석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관련 지식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 싱크탱크가 스스로 기획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이 설계‧집행될 수 있도록 기획의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한계대학’ 개념 확립하고 ‘선 회생 후 퇴출 정책’이 바람직

한국교육개발원 서영인 고등교육제도 연구실장

 

올해 기준으로, 부실 유경력 대학 수는 서울·경기가 많았으나 전체 4년제 대학 수 대비 비율은 서울·인천이 20~30% 수준으로 가장 낮고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은 경남(70% 이상), 강원·충북·충남(60~69%), 전북·제주(50~59%), 경북·광주·대전·전남(40~49%), 부산·경기(30~39%) 순이다.

현재 대학평가는 ‘한계대학’ 개념의 명확한 정의 없이 부실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구조조정 대상 대학 등으로 분류되어왔다. 이에 따른 평가체제의 가변성으로 평가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논란이 제기된다. 

한계대학은 경영 상태에 따라 회생가능대학, 회생불가대학, 자발적 퇴로가 필요한 대학, 비자발적 퇴출대학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정책적 처방도 차별화해야 한다.

기업의 부도 위험도 예측을 위한 상시평가시스템과 같이 한계대학 역시 고유의 한계위험도 진단 체제를 마련하여 컨설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기능 조정 및 개편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관련 법을 마련하여 제도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계대학 대응 방향은 ‘선 회생 후 퇴출’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한계대학 위기진단 상시평가시스템 도입, 한계위험도 지표(risk indicator)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자율형, 개편형, 위기형 등 단계별 접근을 통해 한계대학 유형별 정책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계대학 퇴출 과정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발적 퇴로 개발과 그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 폐교 종합지원 및 관리체제 마련과 관련 법 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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