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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전염
행동의 전염
  • 교수신문
  • 승인 2021.04.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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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H 프랭크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424쪽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인가, 환경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좋은 쪽으로, 하지만 좀더 흔하게는 나쁜 쪽으로 말이다. 좋은 식습관이나 규칙적인 운동처럼 건강을 증진하는 행동은 대개 습득하기가 어렵다. 이런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드러나며, 인간 역시 대다수 동물과 마찬가지로 근시안적 경향성을 띠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즉각적 보상과 처벌은 턱없이 강조하고, 적잖은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는 보상과 처벌은 지나치게 등한시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지적하는 바는 남들이 하는 일을 설명할 때 흔히 성격이나 인성 같은 내적 요인은 과대평가하고, 외적(즉 상황적) 요인은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경제학자들은 상대적 비교의 역할을 간과한다. 즉 사실상 모든 인식과 평가가 준거 틀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저자는 반복이 효과적인 학습의 중요한 핵심이라면서 몇 가지 표현을 되풀이한다. 그중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담아낸 표현이 “사회적 환경은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이다. 이는 사회심리학과 경제학의 교차 지점에 놓인 행동경제학의 주된 탐구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에 걸쳐 사회적 행동과 경제적 행동에서의 경쟁과 협력에 주목해 연구해온 행동경제학자로서 이른바 ‘행동 전염’ 개념을 통해 그와 관련한 현상을 개괄적으로 조망한다(2부). 3부에서는 흡연, 비만, 문제적 음주, 성 문화, 상호 상쇄적인 낭비적 소비, 에너지 집약적 활동 등 행동 전염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4부에서는 행동 전염 논의의 통찰을 반영한 공공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개인에게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좀더 지원적인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자고 촉구한다. 여기서 저자의 핵심 논리는 과세 제도가 규제 제도보다 지시적이거나 계몽적인 성격은 덜하고 효과는 더 낫다는 것이다. 즉 현재 세수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소득세나 지급 급여세처럼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과세는 줄이고, 흡연이나 설탕 든 탄산음료 소비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과세는 늘리는 식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 검토와 개인적 경험, 풍부한 사례 등을 통해 행동 전염의 효과를 설득하고, 당면한 문제와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뜻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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