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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 '법률전문대학원 도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민교협, '법률전문대학원 도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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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위, 교육개혁 관점 누락"…'권역별 로스쿨안' 제시

▲지난 9월 22일 열렸던 민교협 토론회 모습 © 이민선 기자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가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안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단체가 사개위의 로스쿨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공동의장 김세균, 이하 민교협)는 지난 달 22일 서울에서 ‘법률전문대학원 도입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제로 내부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개위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는 들머리부터 비판의 칼날이 매서웠다. 주경복 건국대 교수(불어불문학과)는 “사개위의 법률전문대학원안이 사법개혁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고, 교육개혁 차원에서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교육개혁과 사법개혁, 한 시야에 넣어야

대법원과 법무부가 로스쿨안에 대한 중지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고시낭인’을 없애고 법률서비스 혜택을 확대한다는 사법개혁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대학 및 전공의 서열화 등 고등교육의 문제를 녹여낼 수 있는 계기로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과)도 이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 교수는 “로스쿨은 결국 법학교육의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개혁이라는 차원으로 담론을 끌어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대학서열체제가 고스란히 잔존해 있는 상태에서 일부 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하게 되면, 상위권대와 하위권대, 수도권대와 지방대 간의 대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사개위의 ‘기본 관점’도 문제지만, 현재 알려진 사개위의 로스쿨안이 사법개혁을 제대로 일구어낼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우선 지적된 점은 로스쿨 정원 문제.

박병섭 상지대 교수(법학과)는 “사개위가 내놓은 로스쿨 정원 1천2백 명 안대로라면 로스쿨은 사법연수원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매년 1천 명 정도를 배출하면 고시낭인은 사라지겠지만 ‘로스쿨 낭인’이 새롭게 생겨날 것이고, 이로 인해 대학 캠퍼스는 로스쿨 입학 준비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로스쿨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최소한 한 해 3천명이 배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철학과)는 로스쿨 정원 계획이 애초 사법개혁의 목적조차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 교수는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백만명 당 법조인 수가 1백73명인데, 전체 인구비례로 환산했을 때 1만명도 안되는 숫자”라고 말하고, “국민다수가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진짜 취지라면 (사개위 안은) 맞지를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로스쿨의 등록금으로 인해 ‘저렴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의대생들이 타 전공의 학생들보다 약 세 배가 많은 등록금을 낸 후 사회로부터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듯, 로스쿨 지망생 역시 동일한 경로를 밟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박병섭 교수는 “로스쿨 인가할 때 장학금 지급을 필수 조건으로 하는데, 100% 주는 것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장학금이 지급돼도 일반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낸다면 결국 의뢰인들에게 전가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진상 교수는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조인 중심의 상류층과 힘없는 서민들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로스쿨 설립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지난달 7일 언론보도에서 드러난 사개위안대로라면 교육개혁 차원과 사법개혁 차원 모두,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사개위안, 득보다 실 한 목소리

그렇다면 대학교육개혁과 사법개혁을 한 시야에 넣을 수 있는 로스쿨 설립방안은 무엇인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역별 국·사립대 로스쿨안’이 제시됐다.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로스쿨을 ‘모든 대학으로부터 분리해’ 적정 수를 설립하고, 신입생 총수의 80% 이상을 해당 권역 대학의 학생들이 입학하게 한다는 안이다. 로스쿨 입학은 학부성적을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로 한다. 대학교육의 정상화까지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과)는 전문가 양성 뿐 만 아니라 교수 양성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로스쿨 정원의 10%는 교수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전국의 모든 법대를 없애고, 법대 교수들을 권역별 로스쿨로 이동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부의 법학교육은 로스쿨에 들어간 교수들이 각 대학에 출강해 강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4일 사개위의 로스쿨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교협은 사개위안에 대한 비판지점과 민교협 로스쿨 안을 가다듬어 로스쿨 논의 물길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10월 중순 경에는 대대적인 토론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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