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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지구’에 탄 인류 한정된 자원 어떻게 쓸까
‘우주선 지구’에 탄 인류 한정된 자원 어떻게 쓸까
  • 김재호
  • 승인 2021.04.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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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1페이지 과학』 제니퍼 크라우치 지음 | 박성래 옮김 | 영진닷컴 | 184쪽

과학은 인종과 성별, 종교를 초월
자연 그 자체가 과학은 아니다

“과학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 크라우치가 밝힌 내용이다. 과학은 오랫동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이해하고 참맛을 알 수 있는 학문이다. 때론 기존의 정설이 뒤바뀌기도 한다. 과학은 반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은 인종, 민족, 성별, 종교, 장애, 성적 정체성을 초월한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160개 주제를 각각 한 페이지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절대 빈약하거나 모자라지 않다. 오히려 더 임팩트가 있다. 정갈한 그래픽이 보충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적 대칭에 △반사대칭 △회전대칭 △방사대칭 △병진대칭 △나선대칭 △크기대칭(프랙탈) △미끄럼반사대칭과 회전반사대칭이 있다. 각각의 대칭에 대한 그림과 설명은 가독성을 높인다.

‘뇌터의 보존 법칙’을 보면, 독일의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1882∼1935)가 등장한다. 이 과학자는 인종차별(유대인)과 성차별을 받았다. 독일의 나치에 의해 직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연구할 때 뇌터의 수학적 업적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뇌터의 보존 법칙’은 한 문장 “어떤 방정식에 대칭성이 있다면 물리량은 보존된다”로 정리된다. 가령,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팔을 접으면 각운동량이 줄어들며 회전속도가 빨라진다. 예전의 김연아 선수를 상상해보라. 각운동량은 “어떤 축을 중심으로 회전 관성과 회전 속도를 곱한 값”이다. 회전 관성은 물체가 회전 운동을 쭉 유지하려는 성질로 이해하면 된다. 외부의 힘이 없으면 각운동량의 총량은 보존된다. 따라서 김연아 선수가 팔을 펴면, 느리게 회전한다. 

인종·성차별 받았던 에미 뇌터

『1페이지 과학』에는 여러 과학자들이 등장하는 데 그중 버크민스터 풀러(1895∼1983)는 흥미롭다. 건축가이자, 공학자이며,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풀러는 ‘우주선 지구’, ‘다이맥시온’, ‘시너제틱’, ‘텐세그리티’라는 말들을 유행시켰다. 자원고갈과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풀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우주선 지구는 지구 자체를 우주선으로 가정해, 한정된 자원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이용하자는 제언을 위해 만든 말이다. 좀 더 쉬운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고안한 것이다. 

또한 풀러는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다이맥시온 지도를 고안했다. 이 지도는 20면체의 지구 표면에 세계 지도를 투영한 것이다. 『1페이지 과학』에 따르면, 다이맥시온 지도는 “대륙이나 섬, 그 어느 것도 분할되지 않는 다각형 모양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서로 맞닿는 삼각형으로 지도를 디자인” 했다. 

한편, ‘생물축적’과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레이첼 카슨(1907∼1964)이 지적한 DDT(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이자 농약) 문제였다. DDT로 인해 조류 번식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조류가 자신의 몸에서 알의 껍질을 만드는 걸 DDT가 방해한 것이다. 또한 북반구 사람들의 소비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사회·정치적 관점까지 들여다보게 해준다. 

『1페이지 과학』 부록에는 △영감을 준 과학자들 △데이터 시트 △용어사전 △더 읽을거리가 담겨 있다. 음악이나 운동도 계속 이어가야 실력이 늘 듯이, 과학 역시 최신 정보뿐 아니라 기본 이론을 계속 익혀야 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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