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2004 수도권 대학특성화 지원사업' 선정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대학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또 이번 사업으로 연구중심대학으로 특성화하려는 수도권 대학들의 윤곽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2004 수도권 대학특성화 지원사업'에서 고려대 등 11곳 대규모대학과 강남대 등 16곳 중·소규모대학을 우수대학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학생수 1만명을 기준으로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을 나눠 평가함에 따라, 20곳에 달하는 대규모 대학들간의 신경전이 치열했었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경쟁 대학과의 격차가 좁히지 못할만큼 벌어질 수 있기 때문.

대규모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고려대, 국민대, 명지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은 안도감과 함께 선정 결과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나타냈다.

반면, 이번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단국대, 동국대, 서울산업대, 수원대, 숭실대, 한국외대 등은 당혹감과 함께 침통한 분위기로 일관했다.

이 중 지난해에 지원받았다가 이번에 낙마한 건국대, 경희대 등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선정된 대학은 고려대, 명지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등 총 11개 대학이었다.

□ 연구중심 특성화 대학은 어디인가 =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연구중심으로 특성화 방향을 정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표면화된 것이 꼽힌다. 교육부가 대학들이 사업 계획서를 신청할 때 특성화 프로그램이 교육중심인지 연구중심인지를 표기하도록 한 것. 선정된 대학 가운데,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포천중문의과대 등 모두 8곳의 대학이 연구중심 특성화 프로그램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육부가 내년도부터 포스트 BK21 사업을 통해 수도권 대학 7∼8곳, 지방대 7∼8곳을 집중지원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해 이후, 처음으로 대학들의 특성화 유형이 가시화된 것이어서, 향후 BK21 선정과정에서 이들 대학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야별로는 성균관대가 동아시아 전문인력 양성, 연세대가 생명공학, 이화여대가 생명과학 분야, 한양대가 융합기술기반 핵심소재 분야, 서강대가 BT·NT·IT 융합분야 등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고려대, 국민대, 서울대, 인하대, 중앙대, 홍익대 등 19곳은 교육중심이었다.

□ 특성화 전략 어떤 것 있나 = 대학들의 특성화 전략도 각양각색으로 제시됐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는 '기초교육혁신'과 '글로벌 리더 양성'을 특성화 전략으로 삼아 눈길을 모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특정학문분야의 특성화가 아니라 기초학문의 소양이 뛰어난 첨단연구인력 육성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를 위해 기초교육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기초교육전담 석좌교수제, 강의 및 실습 전담 조교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영어강의 확대 뿐 아니라, 영국의 캠브리지대와 런던대, 캐나다의 UBC 등의 대학에 글로벌 KU 캠퍼스를 구축해 국제교육연계망을 갖출 예정이다. 한양대는 핵심소재분야의 국제공동연구 및 산·학협력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인재양성 연구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공학교육혁신사업'과 '테크노 경영교육 사업'을 병행할 예정.

홍익대는 2004년도 초반에 조성된 '신촌디자인밴드'를 확장하고, 시설을 공동 활용함으로써 산·학 프로젝트 교류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클러스터 협의체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진대는 중국 쑤저우대와 하얼빈사범대에 중국캠퍼스를 설치·운영해서 내년부터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중국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 정원 감축은 얼마나 됐나 = 또 교육부가 '학생정원 감축'을 평가에 반영함에 따라, 12곳의 대학에서 9백9명이 감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울대 6백25명, 성균관대 1백명, 이화여대 59명 등 일부대학의 감축인원이 86%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부분의 대학들은 감축하지 않거나, 감축하더라도 10명에서 25명 안팎인 것에 불과했다.

경희대 25명, 한양대 20명, 성신여대 15명, 안양대 13명, 고려대 12명, 대진대·삼육대·연세대·중앙대 각 10명 등이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 평가에서 △특성화 프로그램의 타당성 △특성화 실적 등 '특성화 추진' 부문에 65%, △교원확보율 △학생정원 감축 등 '정책유도' 부문에 35%의 비중을 뒀었다.

평가위원은 이기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등 19명이 참여했으며, 평가점수를 산출할 때 평가위원의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의 점수를 평균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교육부가 애초에 25개 대학 내외를 선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7개 대학을 선정한 것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규모 대학 및 중·소규모 대학에 각각 1개의 대학을 추가하게 된 것은 차상위 대학과의 점수차가 근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지원 기간과 관련, 이 관계자는 "단년도 지원은 사업효과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내년부터는 기획예산처의 협의를 거쳐 다년도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 '2004 수도권 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 선정 현황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2004 수도권 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 선정 결과, 대학별 지원액은 대규모 대학인 서울대가 41억5천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한양대가 38억9천만원을 받았으며, 이화여대 36억5천만원, 중앙대 36억4천만원, 성균관대 35억8천만원, 고려대 34억3천만원 순이었다. 그외 중·소규모 대학은 8억에서 18억 사이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지원액 배분에 평가점수, 학교규모, 신청금액 등이 기준이 됐으며, 차등지원을 원칙으로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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