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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뇌에 들어있는 '최첨단 네비게이션'
꿀벌 뇌에 들어있는 '최첨단 네비게이션'
  • 정민기
  • 승인 2021.04.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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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꿀벌의 활동 반경은 최대 10km에 이른다고 한다. 동작대교 한가운데 벌집이 있다면 그 벌집에 사는 벌은 북쪽으론 종로구 평창동까지, 남쪽으론 과천 경마장까지 날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꿀벌의 활동 반경이 이토록 넓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이 있다. 꿀벌은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까.

스웨덴 룬드대 발표에 따르면 꿀벌은 태양을 이용해서 길을 찾는다고 한다. 태양을 이용하는 메커니즘이 조금 복잡한데, 한 단계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5시간 후 태양 각도 예측하는 꿀벌

먼저 꿀벌은 벌집에서 나올 때 태양의 위치를 확인한다. 예를 들어 꿀벌이 동작대교 벌집에서 아침 7시에 나와서 종로구 방면(북쪽)으로 날아가면 꿀벌은 ‘태양은 남동쪽에 있고 벌집은 남쪽에 있다’라고 기억하는 식이다.

그런데 태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움직이는데 꿀벌은 어떻게 정확하게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꿀벌은 몸 안에 정확한 시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태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움직이는지 알고 있다. 이 둘을 조합하면 태양이 움직이더라도 정확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북쪽으로 날아간 꿀벌이 정오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치면 꿀벌은 현재 태양의 위치를 보고 5시간 전에 태양이 어디에 있었는지 유추한다. 꿀벌은 이렇게 복잡한 계산으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벌집을 향해 최단거리로 날아간다.

N은 벌집(nest)를 뜻한다.
N(벌집)에서 나온 꿀벌은 보라색 선을 따라 꿀을 채취하고 초록색 선을 따라 벌집으로 되돌아온다. 사진=룬드대

그런데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꿀벌은 벌집 근처에 와서 잠깐 헤맨다. 아무리 태양의 각도를 이용해 방향을 찾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벌집 근처에 도달한 꿀벌은 어떻게 벌집의 정확한 위치를 찾을까.

최근 <인사이드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꿀벌은 여왕벌이 내뿜는 페로몬을 맡고 벌집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순탄치는 않다. 여왕벌의 페로몬이 공기중에서 빠른 속도로 희석되기 때문이다.

시각 뿐만 아니라 후각 정보도 활용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꿀벌들이 날개짓을 통해 여왕벌의 페로몬을 주변으로 퍼트려서 일종의 ‘후각 지도’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왕벌이 페로몬을 분출하면 여왕벌을 보좌하는 일벌들이 날갯짓을 통해 페로몬을 벌집 밖으로 내보낸다. 벌집 주변에 멤돌던 꿀벌들도 날갯짓을 통해 여왕벌의 페로몬을 벌집 바깥 방향으로 확산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벌집 주변에는 여왕벌의 페로몬이 균일하게 퍼진다. 태양을 이용해 벌집 주변으로 돌아온 꿀벌은 원을 그리며 주위를 돌면서 페로몬 농도를 감지하고 페로몬이 더 강한 방향으로 날아가 집에 돌아온다. 

연구팀의 펠레그 교수는 “꿀벌들이 페로몬을 퍼트리는 행동은 귓속말 게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귓속말 게임은 일렬로 서서 영화나 노래 제목을 귓속말로 뒤로 전달하는 게임이다. 중간에 귓속말을 잘못 듣고 정보가 왜곡돼서 맨 마지막에 있는 사람이 엉뚱한 제목을 말하기도 한다. 펠레그 교수는 “이 게임에 한해서는 꿀벌이 인간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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