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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쏠린 합격자들 … 학생선발 사회적 합의 필요
지역별로 쏠린 합격자들 … 학생선발 사회적 합의 필요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9.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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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연세대, 고교등급제 도입 논란

연세대(총장 정창영)가 대학 입시에서 ‘서울 강남 지역’ 출신 학생을 ‘우대’한 혐의를 받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강남우대 혐의는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이수호, 이하 전교조)이 2005년 연세대 1학기 수시전형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서초 지역 5개 고등학교 출신은 57명 중 36명이 합격했으나, 서울 비강남권 17개 고등학교 출신은 99명 중 8명만이 최종 합격했다라고 밝히면서 더욱 짙어졌다.

전교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남지역의 학생은 63%의 합격률을 보인 반면, 비강남권 학생들은 8%에 그쳐, 연세대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강남 학생들을 우대하는 고교등급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연세대는 고교등급제 만큼은 도입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13일 애초 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이 미미해 내신이 불리한 강남지역 학생들이 대거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내신 성적 상위 1%의 점수와 상위 10%간의 점수를 각각 59.98점, 59.19점으로 계산해, 차이를 1점 이내로 좁히는 방식으로 내신의 비중을 낮췄다는 것이다. 연세대의 2004년 1학기 수시모집 전형은 생활기록부 60%, 추천서·자기소개서 20%, 면접구술시험 20%였다. 연세대의 설명에 따르면 내신은 비중이 가장 높지만, 실질적인 변별력은 가장 낮다는 것이다. 구술면접시험을 본고사화 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서 비롯된다.


대학이 고교교육 정상화 막아


연세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발방식은 고등학교 교육의 총화인 고교 내신 성적을 학생 선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고교교육 정상화를 저해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최경석 서라벌고 교사는 “연세대가 지역차별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선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또 내신의 변별력을 줄이고, 구술면접시험이 사실상 본고사화 되면서 고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원론적으로 수시전형이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게 목적이고, 연세대가 ‘잠재력’을 판단했다면 이 지역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지역의 우수 학생이 고루 합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교조는 지난 13일 “연세대가 수시전형의 원래 목적대로 ‘될 성싶은 떡잎’을 발굴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대학들이 연세대 처럼 내신의 변별력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분석을 했던 교수들은 고교내신 성적이 거의 ‘무시할’ 만한 전형요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월 ‘한국외국어대 입시분석’을 발표했던 박흥선 한국외국어대 교수(통계학)는 “고등학교별 학력 격차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만 내신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학업성취도가 높다”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계속 신뢰할만한 전형요소다”라고 말한다.

ㅎ대 입학관리실장을 맡았던 배 아무개 교수도 마찬가지 입장. 배 교수 역시 “고등학교가 소신을 갖고 학생을 평가만 해준다면 내신 성적만큼 훌륭한 전형요소는 없고, 이는 모든 대학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지도 못해


하지만 이번 고교등급제 논란으로 인해 대학 측의 고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고교 측의 대학의 학생선발권에 대한 반감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7일 교육부가 주최한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 공청회’가 고성 속에 끝난 것도 이 같은 대립각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 학생’의 선발도 중요하지만 잠재력 있는 학생을 옥석으로 만드는 것이 대학의 임무라는 한 대학의 입시처장은 울림을 준다. 강인석 포항공대 입학관리처장은 “과외는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자극만 줘도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되, 대학에서의 교육은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라고 말한다.

또 고교 성적의 결과뿐만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의 잠재된 가능성을 판단하고, 객관성도 확보할 수 있는 입시전형 방법 개발도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과의 연계 및 통일성의 시각에서 이해 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낸 미국의 사례는 본받을 만 하다. 미국은 1933년부터 1940년까지 8년 동안 30개 학교가 참여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운영과 대학교에서의 수학능력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연구하고, 미국의 중등학교의 교육과 대학 입학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미국의 ‘8년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교육과 중등교육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입선발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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