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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국 허더스필드대교수] 심리음향학 전문가의 영국대학 생활기
[이현국 허더스필드대교수] 심리음향학 전문가의 영국대학 생활기
  • 하혜린
  • 승인 2021.04.1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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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_ 이현국 영국 허더스필드대 교수
이현국 영국 허더스필드대 교수<br>
이현국 영국 허더스필드대 교수

2010년 9월부터 영국 허더스필드대 음악기술학과에서 교수로 지내고 있는 이현국 교수(43세·사진). 그는 영국 써리대에서 뮤직앤사운드레코딩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심리음향학(psychoacoustics)을 연구했다. 박사 졸업 이후 LG전자 CTO 부문의 오디오 연구개발팀에 있었다. 

2010년 2월에 지금 재직 중인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받았다. 허더스필드대에서 사운드레코딩과 음향학을 가르칠 사람이 필요했는데, 마침 이 교수의 전공과 연구 분야가 잘 맞았다. 특히 LG에서 일했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사운드 레코딩과 음향학을 가르치면서 3D 및 VR/AR 오디오 녹음 및 신호처리를 위한 심리음향공학 연구,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워졌고, 영국 역시 이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저희 대학을 비롯한 모든 영국 대학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습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복하기 위해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 녹음 실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상 마이크 녹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교육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대면 수업보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제가 보여주는 화면을 더 가까이, 더 명료하게 볼 수 있고 실시간 소리도 내보내면서 같이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잠식된 후에도 하이브리드로 접목해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시설', '네트워크'가 선택의 이유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해외 대학의 교수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 대학에서 일을 할 경우 전공에 따라 국제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습니다. 전공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타 대학이나 기관들이 있는 나라를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대학이 교수 임용 초기에 얼마나 연구에 대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도 중요하고요.” 그는 타 문화와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와 도시 및 거주 환경적인 부분도 꼭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허더스필드대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뮤직 테크놀로지와 관련해 훌륭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네트워크’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영국과 유럽권에는 세계적인 음향회사들이 있고, 음향 관련 연구 프로젝트나 학회 역시 영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허더스필드대가 지리적으로도, 네트워크와 협업의 측면에서도 큰 메리트를 가진 곳이라고 판단했다. 

이 교수의 전공은 이론뿐 아니라 실기의 영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나 허더스필드대의 경우 뮤직 테크놀로지 관련 학과는 실용적이거나 기술적인 학과들로 구성돼 있다. 교육 환경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그는 가장 먼저 ‘인턴십’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국 대다수의 학부는 3학년 과정에 인턴십(placement year) 기회가 있다. 허더스필드대의 경우 수년 동안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회사들이 있고, 학교에서 인턴십만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팀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해당 학과의 교수 다수가 현업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계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인턴십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저 같은 경우 LG 전자에서 표준화 일을 할 당시 관계를 맺은 독일의 Fraunhofer IIS 연구소와 지난 10년 동안 매년 2~3명의 학생에게 인턴십을  제공했습니다. 학생들은 1년간의 인턴십을 통해 사회 경험을 쌓게 되고 졸업 후에도 인턴을 했던 회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 그는 학부 졸업 논문을 꼽았다. 영국 대학의 경우 학부 졸업논문이 졸업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연구 방법론과 논문, 발표 기술 등에 대한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아시아인들은 해외에서 교직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제 생각에 아시아인이라서 교직이 어렵다기보다는 외국인으로서 비자 문제 등 환경적인 부분이 먼저 해결돼야 해서 까다로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이 교수는 교수직 제안을 받은 후 3개월간 비자를 준비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의 입장에서 외국 출신 교수들이 많으면 오히려 대학 국제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실력이 있고, 비자 문제만 해결된다면 국적 때문에 임용이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연구비 따기

영국과 한국은 교수 임용의 절차와 요구 사항 등에서 차이가 있다. “영국 대학에서는 임용 초기에 교수에게 요구하는 강의와 행정 업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입니다. 외부 연구비를 받는 경우, 그래도 강의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논문을 쓰거나 다음 연구비 수주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연구비를 따기까지가 큰 어려움입니다.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며 연구비를 따기까지가 저에게는 제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이 교수는 영국 정부의 첫 연구비를 수주받은 직후 2013년에 Applied Psychoacoustics Lab(APL) 연구실을 설립했다. 꾸준히 연구 성과를 내온 결과 현재는 세계적인 3D 오디오 관련 연구실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고, 2018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Audio Engineering Society Fellowship을 받았다.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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