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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
현대미술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
  • 하혜린
  • 승인 2021.04.23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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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다시 생각해보는 예술』 김광명 지음 | 학연문화사 | 592쪽

이 책은 ‘생각’이라는 키워드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생각의 정의는 다소 포괄적이고, 복잡하며, 언어에 따라 상이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특히 어떤 결론을 얻기 위한 ‘관념의 과정’ 측면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생각에 내재돼 있는 지향성에 특히 주목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생각을 가능하게 할까. 이 세상에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도구들이 존재하지만 그 도구들을 포괄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미술이다. 여기서 미술은 생각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해석을 유도한다는 데서 생각의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저자는 특히 관람자의 ‘해석학적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가다머(Hans Georg Gadamer)를 인용하며, “작품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말을 걸어올 때,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해석학적 경험’을 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해석학적 경험은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교차하게 하고, ‘과거의 낯섦’을 ‘현재의 낯익음’으로 바뀌게 한다. 해석학적 경험을 통해 관람자는 자신의 낡은 지각 방식을 수정하고 허물어가는 하나의 경험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가능 존재

특히나 현세대는 정답 없는 시대다. 해체론을 비롯한 입장들이 제기됨에 따라 예술을 고정된 가치나 이념의 틀에 가둘 수 없다는 견해가 들어섰다. 이전까지 작품을 평가해오던 가치 기준은 해체됐고, 그 자리에 들어설 가치 기준은 부재한 실정이다. 또한 이질적이거나 상반된 관점마저도 저마다의 기준으로 유지, 통용되고 있다. 저자는 이해의 틀이 부재한 이 시점에서 시금석의 역할을 수행할 텍스트마저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인간은 미완의 존재임에도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가능 존재”라는 말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그것이 시금석이 부재함에도 작품의 의미를 캐내고 되묻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인간은 고정되지 않는 예술을 통해 자아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창조하고, 그 속에서 시대상황을 비춰볼 수 있다. 그 과정은 최종적으로 극단적인 자의식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해체론에서 해체가 의미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의미의 결정을 미뤄둔 채, 개방을 적극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해석과 판단, 비평의 영역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강조했던 ‘생각’들을 몸소 실천해 보인다. 여기서 생각의 실천은 필자의 생각을 주입해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내재돼 있는 생각의 갈래를 열린 자세로 이끌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저서의 후반부에 이르러 저자는 한국 현대 미술가들의 작업을 방대한 페이지를 할애해 조망한다. 그 속에는 그가 다시 생각해본 예술에 대한 결과물들이 녹아있다. 일련의 과정들은 또 다른 창작의 과정이며, 또 다른 체험의 계기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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