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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중앙아시아는 ‘그레이트 게임’의 대상물인가?
[글로컬 오디세이] 중앙아시아는 ‘그레이트 게임’의 대상물인가?
  • 강봉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 승인 2021.04.22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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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오른쪽). 사진=타스/연합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오른쪽). 사진=타스/연합

 

중앙아시아 지역은 고대 실크로드의 일부로 해상로를 본격적으로 이용한 대항해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중국을 중동 및 유럽세계와 연결해 주는 유일한 육상가교였다. 중국의 왕조들은 수세기 동안 중앙아시아의 왕국칸국들을 관할 하에 두거나 우호관계를 유지하여 안보와 교역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청제국의 영향력은 러시아제국이 중앙아시아 경략을 본격화한 19세기 중반부터 급격히 약화하였으며, 러시아제국은 히바 칸국 복속(1873년)과 투르크멘족의 근거지 메르브 점령(1884년)으로 중앙아시아 정복을 종결하였다.

러시아제국소련에 편입된 중앙아시아에서 사라졌던 중국의 존재감은 이미 21세기 벽두에 가시화되기 시작하였지만, 중국이 강력한 행위자로 다시 부각된 것은 일대일로 대기획을 가동하면서부터다. ‘신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첫 관문 중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교역, 투자 및 인프라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복귀가 국제정치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간 경합을 전통지정학 관점에서 ‘신거대게임(the new Great Game)’으로 지칭하는 언술이 언론 매체와 대중서적은 물론, 학술서와 논문에까지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다.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소환하다

 

신거대게임은 19세기 초(1813년 러시아-페르시아 조약)에 시작하여 20세기 초(1907년 영-러 협약)에 종결되는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 간의 지전략적 경쟁을 지칭했던 ‘그레이트 게임’을 소환한 용어다. 거대게임은 주로 영국이 러시아의 인도 방향 남하를 막기 위해 선점하고자 했던 아프가니스탄 지배를 둘러싼 경쟁을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당시 강자의 침탈과 지배를 당연시하는 제국주의 시대 강대국의 논리와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대변한다. 당시 유럽 중심의 근대국민국가 체제에 속하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 혹은 외형상 그 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목소리를 낼 국력이 미약했던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제국주의 침탈전을 현대 국제체제에서 유비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논리와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은영중 수용하는 것으로 함축될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그러한 신 거대게임의 피동적 대상물로 보는 것이 전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중앙아시아 최대 인구(약 3,300만)이며 지리적 중심에 위치한 핵심 국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에서 잘 드러난다. 우즈베키스탄의 대외정책은 강대국들간 경쟁의 결과물도 아니고,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가 행사하는 간섭과 통제의 대상물과도 거리가 멀다.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의 영향력 경쟁 구도에 처해 있는 지정학적 중간국으로서 우즈베키스탄은 독립 초기부터 30년간 ‘자립’ 노선으로 일관해 왔다. 경제력군사력 등 하드 파워 기준에서 열위의 신생국가이지만, 어떤 유구한 주권국가 못지않은 대외정책의 자주성과 전략적 자율성을 향유하고 있다.

 

전략적 ‘헤징’ 구사하는 우즈벡 자립노선

 

카리모프 전 대통령은 자립 노선의 핵심이 전략적 자율성과 외교정책의 독립성 유지에 있다고 보았으며, 그 실천의 접근방식은 주로 전략적 ‘헤징(hedging)’에 의존하였다. 자립 노선은 관련 강대국들의 지정지경학적 이해관계 즉, 사실상 구 식민 종주국의 위상에 있는 러시아, 경제안보상으로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 중러 견제의 거점을 마련하고 싶은 미국 등에 대해, 어느 한 국가와도 일방적으로 제휴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균형된 관계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 실천 방도로서 강대국 관계에서 자산과 기회의 분산을 통한 리스크 완화, 그리고 모호한 제휴 신호 발신을 통해 적정 수준의 자율성을 보존하는 헤징 전략을 구사해 왔다.

카리모프 시대의 자립 노선과 전략적 헤징은 상당부분 성공으로 평가 받는다. 우즈베키스탄은 1997년의 아시아 외환 위기와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에도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세를 지속하였다. 어떤 강대국과도 타의에 의해 제휴관계를 맺은 적이 없으며, 정책 제휴로 인해 심각한 갈등에 연루된 적도 없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카리모프 대외정책의 핵심 원칙을 큰 틀에서 계승하고 여기에 충실하면서도, 경제현대화 과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온 유산의 제약점을 수정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다. 최근 일대일로와 함께 중국의 급증하는 경제적 비중, 우즈베키스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가입을 요청하는 러시아의 압박, 그리고 두 인근 강대국에 대한 견제자로서 미국의 유용성 등을 고려할 때, 자립 노선의 실천 방도로서 타슈켄트의 전략적 헤징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며,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그 유효성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봉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러시아학술원 산하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원(IMEM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러시아연방 대외정책의 형성: 기원, 과정 및 주요 방향」)를 받았다. 저서 『현대러시아 대외정책의 이해』(1999) 외에 다수 논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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