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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 서한집
랭보 서한집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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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튀르 랭보 지음 | 위효정 옮김 | ITTA | 208쪽

“나라는 것은 하나의 타자입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서한집 출간!


읻다의 서한집 시리즈 ‘상응’의 세 번째 도서인 『랭보 서한집』은 시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열다섯 시절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옥에서 보낸 한철』과 『일뤼미나시옹』에 담긴 시를 쓴 스물 한 살 무렵까지랭보의 창작 시기로부터 전해지는 모든 서한을 한데 묶었다. 또한 절필 이후, 평범한 개인으로 돌아간 랭보의 삶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편지 몇 편을 더해 그의 시가 바랐던 하나의 비전을 그려보았다.

랭보가 내뱉는 뜨겁고 거침 없는 낱말들 가운데서 시인의 진지한 열정과 냉소, 그를 만든 인간 관계와 외부의 영감, 삶의 이상과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분노, 친우와 스승, 가족에 대한 사뭇 정중한 존경과 서툴지만 다정한 마음을 낱낱이 읽을 수 있다. 이 편지들은 내밀한 감정의 표현이면서 시인으로서 말을 벼려내는 연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랭보 서한집』은 ‘상응’ 시리즈의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한 예술가의 영혼을 비출 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한 작품들이 태어나는 과정을 엿보게 해준다.

 

“나라는 것은 하나의 타자입니다.”

“모든 감각의 착란을 통해 미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고통은 어마어마하지만 강해져야 하고 시인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시인으로 인식했습니다. 그건 제 잘못이 아니예요.”

좌절과 실패의 과정 자체가 시의 주제가 되는 “때묻지 않은 야생 상태의 신비주의자”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서한집 출간!


읻다의 서한집 시리즈 ‘상응’의 세 번째 도서인 『랭보 서한집』은 시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열다섯 시절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옥에서 보낸 한철』과 『일뤼미나시옹』에 담긴 시를 쓴 스물 한 살 무렵까지랭보의 창작 시기로부터 전해지는 모든 서한을 한데 묶었다. 또한 절필 이후, 평범한 개인으로 돌아간 랭보의 삶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편지 몇 편을 더해 그의 시가 바랐던 하나의 비전을 그려보았다.

아르튀르 랭보는 『토탈 이클립스』에서의 반항적이면서도 금세 깨어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청춘의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이 서한집의 ‘창작 시기 1870-1875’에 담긴 편지와 메모는 랭보가 ‘삶의 혁명’을 부르짖던 시기에 쓰인 것으로 그의 방황, 조소와 함께 순수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돌연 절필하고 아프리카로 떠난 후로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들에서는 오직 사업과 일상의 단편들만을 비친다. 이렇듯 이 서한집은 랭보의 시학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생명력과 시의 기운이 움직이고 소멸하는 과정을 찬찬히 훑는다. 서한집에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청년 랭보의 사진과 함께 베를렌과 누이동생 이자벨 등이 그린 랭보, 시인들의 회합을 그린 팡탱라투르의 〈테이블 구석〉, 아프리카 체류 시기의 랭보의 사진을 통해 그 여정을 좇아 보고자 했다.
‘투시자voyant의 편지’ 또는 ‘견자見者의 편지’로 잘 알려진 폴 드므니에게 보낸 1871년 5월 15일의 편지를 비롯해 이 서한집에 실린 12편의 시 중 6편은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아 편지가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전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거처를 자주 옮긴 랭보에겐 받은 편지를 모아둘 형편이 마땅치 않았을 테고, 무명의 문학청년의 편지가 모두 남아 있으리라는 기대도 하기 어렵다. 부록으로 담긴 편지 해설에서는 랭보가 처한 상황, 그를 둘러싼 주변과 사건들, 문단 경향을 제시하고 연보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언급하여 서한이 갖는 기록의 성격을 살리고자 했다. 또한 서한집에 담긴 편지 도판은 원본 이미지를 통해 랭보의 서체와 편지 안에 담긴 시의 표기법을 대비해 살펴보고 위트 있는 데생으로 서한집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랭보가 내뱉는 뜨겁고 거침 없는 낱말들 가운데서 시인의 진지한 열정과 냉소, 그를 만든 인간 관계와 외부의 영감, 삶의 이상과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분노, 친우와 스승, 가족에 대한 사뭇 정중한 존경과 서툴지만 다정한 마음을 낱낱이 읽을 수 있다. 이 편지들은 내밀한 감정의 표현이면서 시인으로서 말을 벼려내는 연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랭보 서한집』은 ‘상응’ 시리즈의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한 예술가의 영혼을 비출 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한 작품들이 태어나는 과정을 엿보게 해준다.

“나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있지 않다.”
─ 아르튀르 랭보, 〈지옥의 밤〉 중에서


“제 말은, 투시자여야 하며, 투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시인은 모든 감각의 길고, 거대하고, 조리 있는 착란을 통해 투시자가 됩니다.“
─ 아르튀르 랭보, ‘투시자의 편지’ 중에서

랭보의 목표는 착란을 통해 기존의 형식과 내용에서 벗어나 현실을 새로운 이미지로 그려내는 것이다. ‘온갖 형식의 사랑과 고통, 광기’, 자신을 탐색하고 자기 안에서 독을 길어내는 과정을 통해, 다시 말해 시적 이미지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통해 위대한 환자, 위대한 범죄자, 위대한 저주받은 자, 지고의 학자가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미지’에 다다르기 위한 현실의 재창조하는 과정, 그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괴물스러운 영혼’을 만들어 모든 대상을 투시하고자 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현실 속에 ‘숨은 신들’(다시 말해 타자들이) 저마다 제 말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고쳐 말하고 다시 고쳐 말하려는 노력과 그 희망, 그리하여 늘 다시 말하는 언어인 시의 언어는 모든 주체가 타자가 되고 그 모든 타자가 또다시 주체가 된다고 믿는 희망이 시의 언어의 기획 속에 들어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한 사람에게 진정으로 절실했던 문제는 길고 짧은 세월이 흐른 뒤 다른 형식으로 만인에게도 절실한 문제”가 되는 문학의 신비를 곧 랭보의 시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랭보는 우리에게 우리 시대의 시를, 아직 존재하지 않은 어떤 시를 상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 미셸 뷔토르 〈리르Lire〉 인터뷰 중에서

프랑스 작가 미셸 뷔토르는 〈리르Lire〉 지와의 인터뷰에서 랭보의 초기 작품에서 “독특한 표현의 힘, 경제성, 밀도, 에너지”를 볼 수 있으며 “현실과 마찬가지로 상상적인 것을 아주 힘차게 보게 하는 어떤 능력”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랭보 시론의 정수를 담고 있는 ‘투시자 편지’는 편지와 시가 맺는 불가분의 관계를 증언한다. 이것이 랭보의 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역자의 다음과 같은 회고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편지는 타인과의 관계라는 문제를 전제하며, 이 점은 랭보의 편지에서 항시적인 자기 비평의 시선으로 표현된다. 그는 내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했고, 자신의 진지함을 강변해야 했으며, 자기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들어야 했다. 상대의 반응을 미리 짐작하는 계산이 진담과 너스레, 타인에 대한 빈정거림과 자기 조롱을 구분할 수 없는 말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들뜬 희망과 기대는 거의 반사적으로 이후의 실망과 환멸에 대한 예감, 세상이 부응해주지 않으리라는 조바심과 울분을 끌고 들어온다. 격렬하게, 거침없이 말하다가 문득 자기 말과 거리를 취하는 태도는 랭보의 시에서 점점 더 두드러지는 특색이기도 하다. …자유와 미지에의 욕구가 현실과 타인을 마주하며 형상을 취하는 순간들이 이 편지들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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