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0 (금)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9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광모 지음 | 푸른길 | 128쪽

그동안 열여섯 권의 시집을 꾸준히 집필하면서 생활 밀착형 언어와 표현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 양광모 시인이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로 다시 한번 독자 앞에 섰다. 이 책은 그간 사랑받은 시를 엄선하여 만든 필사시집을 독자에게 선보인 이후 처음으로 내는 시집으으로, 100편가량의 시가 새로 쓰였다.
양광모 시인의 시는 노랫말로 자주 재탄생했다. 이는 그의 시에 담긴 정서, 시선 등이 대중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의 사소한 어떤 것도 양광모 시인에게는 소재가 된다. 이번 시집에서 어김없이 그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그에게 겨울의 언 강, 짓밟힌 민들레, 해쑥으로 만든 쑥버무리 등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파도가 치는 백사장, 공중을 지나는 눈송이,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 등은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다.
그의 시가 겉에 두르고 있는 친숙한 소재와 표현이 독자의 이목을 끈다면 그 안에 담긴 번뜩이는 통찰력은 독자의 발목을 잡는다.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을 생각하며 자기를 성찰하고(「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 겨울에 얼지 않는 나무를 보며 자기 의지를 반성하며(「겨울 한계령」) 눈물에 대한 고찰로 삶에 위로를 건네는(「눈물을 위한 기도」) 등 순간순간을 진지하게 대하는 그의 시선을 독자는 결코 술술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소재, 일상적인 표현,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 이 삼박자가 어우러진 그의 시를 읽노라면 우리는 삶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흘려보냈던 사소한 부분을 시인이 끄집어내어 재조명하기 때문이다. 그간 놓쳤거나 잊고 있었던 생각, 정서 등을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를 통해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

거미보다 못한 외줄 인생
실 없는 꿈일지라도
한 올 한 올 희망을 잣다 보면
해와 별 걸리는 날
마침내 찾아오리니

_「희망을 잣다」 중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