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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의 상실
덕의 상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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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 이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544쪽

전 세계 15개국 이상 번역출간

현대 도덕철학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역작

하버마스와 쌍벽을 이루는 도덕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교수의 대표작

 

1981년 출간된 『덕의 상실』은 “영어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도덕철학자 중 한 사람에 의한 놀랍고도 새로운 윤리 연구”라고 평가받으며 전 세계 10만 권 이상 판매되었다. 덕 윤리에 관한 최고의 저서로 꼽히는 이 책에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교수는 다원주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선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는 윤리학이 ‘우리는 어떤 인간이기를 원하는가’를 주된 탐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며, 이 질문에 관하여 그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에 관한 해석이야말로 도덕적 다원주의의 덫에 걸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인간 존재에게 최선인가”

도덕적 다원주의 시대에 공동선을 묻다

 

1966년 창립 후 반세기가 넘도록 꾸준히 양서를 소개해온 문예출판사가 새롭게 ‘문예 인문클래식’ 시리즈를 펴낸다. 철학·사상,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전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들을 엄선했다.

1981년 초판이 출간된 후 판을 거듭하며 현대의 고전이 된 이 책 『덕의 상실』에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교수는 ‘덕’ 이념의 역사적·개념적 뿌리를 검토한다. 현대에 이르러 개인과 공공 생활 속에서 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들을 진단하며, 그것을 회복시킬 수 있는 잠정적 안을 제시한다. 도덕 이념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계몽주의의 기획과, 그 기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로 인한 몇 가지 필연적 결과들, 덕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개별 장들이 다루는 이야기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일단 개별 장들을 짜맞추고 전체를 꿰뚫어보면, ‘현대성’의 대가(代價)에 관한 예리하고도 밀도 높은 논쟁이 펼쳐진다.

출간 후 25년이 지나고 나온 제3판 프롤로그 ‘4반세기 후의 『덕의 상실』’에서 매킨타이어 교수는 이 책의 핵심 명제들을 다시 짚는다. 그는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며 다른 글들에서 자신의 명제와 논증을 보완하고 개선하였지만, 이 책의 “핵심 주장들을 포기할 이유를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간 존재가 도덕적이거나 또는 악하다는 자신의 생각이 형이상학적 근거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는 여전히 “매우 다른 전통의 관점에 의해서만, 즉 그 믿음과 추정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 형식으로 서술된 전통의 관점에 의해서만 도덕적 현대의 기원과 곤경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는 논지에 충실하다.”(19쪽) 그는 계몽시대 이후에 나온 사상가들인 키르케고르, 마르크스, 칸트, 흄 등이 실패한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전통적인 과거의 도덕철학적 기법이 더욱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권리와 유용성만을 외치는 유령적 인간은 바람직한 인간인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에 대한 강렬한 비판

 

도덕은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에 따르면 과거의 그것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와 중세 유럽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에 따르면, 도덕은 자신의 ‘텔로스’(근본 목표)를 실현한다면 교육받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 본성을 바람직한 인간 본성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적 목적론에 대한 믿음은 점차 약해지고, 인간 본성의 불완전함은 도덕의 완벽주의적 목표와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흄의 경우처럼 감정에 근거하여서든 아니면 칸트의 경우처럼 이성에 근거하여서든 도덕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시도한다면, 이러한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실패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그 결과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도덕 담론과 실천이 공허하다는 것이다. 비록 도덕의 언어와 현상이 현대에도 여전히 남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실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에 이르러서 도덕적 문제들에 관한 의견의 불일치는 끝이 없다. 모든 개인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이 가치에 따라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이와는 반대로 사회는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관료제적 합리성을 추구한다. 이와 같은 관료제적 합리성은 근본적으로 가치의 문제에 관해서는 침묵하기 때문에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공동선을 도출하지 못한다. 이처럼 개인의 차원에서는 ‘나에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심미적 주관주의로, 그리고 사회의 차원에서는 ‘성공적인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관료제적 합리주의로 양극화된 현대 서양 사회는 일종의 “유령적 자아”를 산출한다고 매킨타이어는 비판한다. 그 유령적 자아는 자신이 처해 있는 구체적 시간과 장소로부터 벗어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시간과 공간에 묶여 있는 유한한 인간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역사적 콘텍스트를 부정하는 자아는 유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덕의 상실』에서 제시된 주장들은 확실히 대담하다. 그러나 현대 도덕철학에 대한 매킨타이어의 강력한 비판 뒤에는 역사적 박식함과 철학적 예리함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1981년 처음 출판된 이 책의 주요 주장과는 관계없이 이 책은 덕에 관한 철학적 작업을 자극하였고, 전통주의적이고 공동체주의적인 사상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도덕철학의 역사에서 가치 있는 논쟁을 유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덕의 상실』은 계속해서 철학자들, 역사학자들 그리고 도덕철학과 그 역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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