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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근현대를 조명하는 두 권의 책
일본의 근현대를 조명하는 두 권의 책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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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일본 근현대사’(W.G. 비즐리, 을유문화사 刊), ‘일본민족주의사’(구견서, 논형 刊)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 두 권이 나왔다. 우선 둘 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책표지로 장식한다는 점에서 자극적이다.
‘일본 근현대사’는 런던 대학 명예 교수로 영국 학술원 회원인 W.G. 비즐리 교수가 지은 책인데, 1963년의 ‘일본근대사’(The Modern History of Japan)의 초판에 이은 것이다.

저자는 일본 근현대사를 ‘전통과 근대’의 문제 그리고 ‘부국과 강병’의 문제에 집중하여 조망한다. 이중 ‘전통과 근대’의 문제에 대해서 저자는 서양의 근대적 요소와 일본의 전통이 어떻게 얽혀져 현재 일본의 정체성이 형성됐는지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핵심은 “전통이 완전히 대체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근대의 각 국면에서 변용된 형태로 유전”하고 있다는 것.

의회민주주의, 관료제, 경제구조 그리고 교육과 일상 생활문화에서 1945년 이래로 일본은 근대성을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윤리적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에서는 대부분 유교적 용어가 사용됨에 주목한다. 또한 전통적 불교의 맥을 잇는 ‘창가학회’ 등의 종교나 미쓰비시와 히타치 같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가미에서 전통적 요소를 찾는다. 가미는 사업을 후원한다고 믿어지는 것으로 주로 회사 창업자나 그 가문과 관련 있는 神.

저자는 이러한 일본의 모습을 근대, 서구 혹은 아시아적인 것으로 치장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외부 문화를 끊임없이 수용하여 일본화한 전통 문화의 맥락에서 파악한다. 최근 과거 회귀의 징후들도 이러한 민족 문화의 맥락에 자리 매김하고 있다.
구견서 평택대 교수(비교사회학)의 ‘일본민족주의사’ 는 일본 생존과 발전의 신화를 일군 인적, 사상적, 정책적, 전략적 정체를 파헤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정치가, 경제가, 지식인 등의 소수 엘리트가 주도한 발전정책과 전략을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하며 메이지 전-후기, 다이쇼, 쇼와 전-후기, 헤이세이 민족주의 등으로 구별하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 대하여 ‘일본근현대사’가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정부기구의 변화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반면, ‘일본민족주의사’는 근대화 시기를 존양론과 개국론, 식산흥업정책, 국수주의 운동, 반서구주의, 정한론, 정태론 등의 실천으로 근대적 일본을 건국하고 그 과정에서 방어와 침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본 민족주의의 출발점이자 원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민족주의사’는 경제위기 이후의 과거 회귀 움직임을 경제 패배를 각종 위기설로 둔갑시켜 ‘국가와 민족의 얼을 빼놓는 시기’로 분석한다. 일본적 국제공헌론, 천황주의, 군사대국주의, 자위대 해외파견, 새역사만들기, 보통국가론 등이 그 예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일본 민족주의의 두 얼굴을 지적한다. “성장국가 및 민족위기에 기초해서 발생하여 대국 만들기와 부국강병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근대 이후 일본 역사의 사상적 적자로서 자리매김하여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본 역사를 관통해 왔지만, 이 과정에서 대외민족을 괴롭히는 사상적 불량아로도 성장”했다는 것. 21세기 국제사회의 공생공존발전을 위해 민족주의를 포기하고 국제주의로 국가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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