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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을 통한 종교와 진화론의 화해
‘집단’을 통한 종교와 진화론의 화해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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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종교는 진화한다’(데이비드 슬론 윌슨 저, 이철우 옮김, 아카넷 刊, 2004, 434쪽)

‘인간 사회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종교를 이해하려는 책이 나왔다. 특히, ‘신앙의 적’으로 간주되기 쉬운 ‘진화’를 통해 종교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자연선택’으로 대변되는 진화론은 진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살아남았다는 생존의 역사적 과정과 결과를 함축하는데, 주로 개체의 생물학적 변이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자연선택을 집단의 문제로 확대하고, 집단을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함으로써 종교와 진화간의 접목을 시도한다.

주장의 핵심은, 유기체로서의 사회에서 종교는 인간집단을 단순한 개인들의 무리가 아닌 조직된 단위체로서 기능하게 하는 적응현상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이면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 종교란, 집단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종교를 “영생에 대한 헛된 약속 때문에 실재 세계에서 원하는 바를 포기하도록 사람들을 기만하는 문화적 기생충”으로 간주하는 주장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혼자서 불가능한 일을 집단행동을 통해 성취해 낼 수 있게 하는 종교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자는 유대교, 초기 기독교, 16세기 칼뱅주의, 발리 섬의 수리신전조직 등의 예를 들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도 미주한인교회의 예를 통해, 생존과 번영의 요소들을 제시하는 종교의 모습을 제시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이민 올 때는 돈도 집도 친구도 없었고 영어도 제대로 말할 수 없지만, ‘인종적 기반을 지닌 한인 교회’를 통해 이민자에게 필요한 물적 필요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정서적인 지원, 귀속감, 미국 사회에서 자신들의 지위에 부족한 존경심 등’의 정신적 혜택도 얻는다.

저자는 기독교 복음서가 얘기하는 ‘용서’를 집단적 진화의 맥락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복음서들은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주위 사회와 구별되게 만드는 규율을 담고 있으며, 그 구성원들에게 커다란 감화를 주어 행동을 유발시키고 교회 안팎에서 어떻게 처신할지를 가르친다.” 이때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는 용서가 “여러 가지 다른 상황에서 교회가 적응적으로 기능하게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그러나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사회유기체설은 진화의 성공 여부로 집단의 성패를 비교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성공적인 진화의 경우에도, ‘성공’신화로 강요되는 사회적 윤리가 문제될 수 있다. 역할에 충실한 기능만이 윤리적이라는 것. 저자도 이점을 간과하지 않는데 기독교와 그 밖의 거의 모든 종교들이 다분히 지역적 환경에 집단들을 적응시키는 협소한 의의를 지닌다는 것.

또한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강조되다 보니, 종교와 사회의 기본 구성 요소인 인간의 본질이라는 직접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다소 취약하다. 하지만 종교라는 유기체적 집단의 진화를 검증하기 위해 신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및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저자의 폭넓은 사유에 흠뻑 빠져들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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