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8-02 10:54 (월)
대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論戰의 장’이 필요하다
대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論戰의 장’이 필요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3 0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의 미래, 대토론을 제안하며 ① 고등교육시스템 전면 재검토하자

학령인구 감소, 반값 등록금, 지방대 소멸, 코로나19, 그리고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까지. ‘생존’ 위기에 놓인 대학은 국립대와 사립대, 일반대와 전문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규모와 중소규모 등 대학이 처한 여건과 상황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는 지금, 대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논전의 장’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논전(論戰).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자기의 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툰다는 뜻이다. 최근  『대학자치의 역사와 지향 I, II』를 쓴 유원준 경희대 교수(사학과)가 세 차례에 걸쳐 ‘논전의 장’을 펼치는 멍석을 깔아 놓을 예정이다. 

① 대학의 미래 모색 위한 論戰의 장이 필요하다
② 대학 전문가는 없다. 집단지성으로 풀어가자
③ 대안은 무엇이며 개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현 대학의 위기는 기존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응의 모색도 달라야 한다. 
누구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대학이다. 
특정 전문가가 논의를 독점하고, 교육부가 정책 결정을 독점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된다. 
시끄럽고 비효율일지라도 집단지성을 통한 논전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

 

최근 대학의 위기에 관한 글들이 언론에 매일 소개되고 있다. 10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학령인구의 감소와 그에 따른 폐교 문제가 2021학년도 신입생 충원 결과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진단과 대응책이 다수 제시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사회적 공론화는 물론 대학 내의 공론화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정책은 지난 70년 동안 고등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입시와 정원, 재정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대학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논란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곤 탈출과 신분 상승의 소망을 ‘교육열’로 전환시킨 국민적 합의,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에 힘입어 대학은 지속적인 과잉수요 위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의 축소’ 사태를 직시하자

하지만 지금 대학은 지속적 확장이란 과거의 관성을 떨쳐버리고 축소 국면이란 초유의 사태를 극복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고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사립대학의 수와 재학생 비율이 85%나 되는 세계 유일의 구조여서 정부의 정책을 관철하기도, 대학 간 합의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또 역사·편제·정원·재정·지역·성적 등 대학 간 격차가 크고 문화도 다르지만, 교육부의 각종 통제로 인해 정작 다양성과 특성화가 매우 부진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사학법인의 자율성과 대학교육의 자율성, 사학법인의 사유화와 대학의 공공성 사이에서의 오랜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치한 정부로서는 사립대학에 큰 부채 의식을 지니고 있어 법인의 사기업적 성격을 보장하면서도 대학의 공공성이란 대의 앞에서 좌고우면하며 지금까지 ‘대학법’도 없이 누더기 사립학교법에 의지해 대학정책을 추진해왔다.

70% 가까운 대학진학률은 대학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에 대한 국민적 논란을 낳고, 대학에 대한 합리적 정책 추진을 가로막는 큰 장애 요인이다. 대다수 국민은 대학 정원이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진학률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미진학 청년에 대한 직업교육시스템에 대해서는 매우 무관심하다. 이는 등록금과 취업을 개인 책임으로 전가해 온 정부의 오랜 세뇌가 정착한 결과지만, 결코 정상은 아니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 가치’ 논의를

철저한 서열화와 수도권 집중도 전혀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오랜 난제이다. 중고교 교육을 입시 위주로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기며, 나아가 현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지역 소멸을 유도하는 국가적 재앙이기도 하다. ‘반값 등록금’ 문제 역시 여야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뜨거운 정치적 감자’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일련의 숙제를 해결해야 할 교육부는 교수사회가 가장 불신하고 지탄하는 대상일 뿐이다. 1967년 과기처가 문교부를 대신하여 최초의 대학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90% 이상의 교수가 교육부 해체를 대학 정상화의 최우선 과제라고 인식한다는 점은 교육부를 대신할 새로운 조직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대학 본질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은 경희대 네오르네상스문 전경이다.

대학이 신뢰 잃게 된 원인도 분석

아울러 최근 대학에 관한 각종 논의와 우려가 여전히 우리 대학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결과론적 상황에 대한 진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래 사회에서 대학이 수행할 역할에 대한 설명 부족이 지금 대학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의 요인 가운데 하나다. 개별대학이 해야 할 일, 대학 또는 전공의 연합, 대학과 지자체의 연대 등 다양하고 최적화된 방식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현 대학의 위기는 기존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대응의 모색도 달라야 한다. 누구나 대학을 안다고 하지만 누구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대학이다. 특정 전문가가 논의를 독점하고, 교육부가 정책 결정을 독점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다소 시끄럽고 비효율일지라도 집단지성을 통한 논전의 장이 활발하게 펼쳐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등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언론, 법인과 학생, 정당과 시민단체 등과 공론화의 장을 지속하여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이 사회적 신뢰와 기대를 잃게 된 원인에 대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국정과제로 선정된 ‘대학 특성화’,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수립된 과정과 좌초된 요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주도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정책을 향후 정부의 국정과제로 삼아야 하는지,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체급에 맞는 리그 구성도 필요

셋째, 새로운 대학정책은 인간 존엄의 구현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근거하여 교육·주거·의료 등 기본권 보장, 지역의 균형성장, 국제경쟁력 제고, 국·사립의 역할 분담, 사학법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고등교육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하며 여기에는 반드시 ‘대학법’ 등 법률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넷째, 사립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에 대한 오랜 논란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성 제고를 목표로 하되, 일률적 조치 대신 국립과 사립, 일반대와 전문대, 일반과 종립법인, 수도권과 비수도권, 연구중심과 교육중심, 정원 규모 등 적절한 분류에 따른 합리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체급에 맞는 리그 구성이 정상 경쟁과 특성화 촉진의 전제조건이다.

여야 넘어선 대학정책 합의를

다섯째, 여야를 넘어선 대학정책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학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최적화된 거시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론화 과정이 치열할수록 현장에서의 수용력이 크다. 따라서 논전을 통한 합의가 어렵더라도 그 진행 과정에서 형성된 문제 인식과 공감대 자체가 정책의 설득력과 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런 과정 자체가 ‘대학다움’의 표상이기도 하다.

유원준 경희대 교수·사학과
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송대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대외협력처장과 문과대학장,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의장을 지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대학교수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대학자치의 역사와 지향 Ⅰ,Ⅱ』를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