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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동남아의 외교 전략은?
바이든 시대 동남아의 외교 전략은?
  • 배기현 서강대 동아연구소 부교수
  • 승인 2021.04.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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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서강대 동아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6월 온라인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연설 중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사진=AP/연합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을 포함 전세계의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핵심 전략을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러 주제 가운데에서도 중국과의 경쟁 관계는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행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미국의 핵심 외교 의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추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변함없을 것이다. 특히 여러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이야말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의 중심부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역내 리더십 경쟁이 아시아의 대내외 정책에 끼치는 영향력 때문인지, 여러 국제정치 전문가들과 주류 언론들에서 중국과 미국 리더들의 입에 주목한다. 정책 하나하나에 무게를 두는 분석을 찾아보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작 동남아시아 역내 국제관계 이슈 분석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선호와 이들의 정책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는 주로 강대국 다툼에 피해를 보는 작은 지역으로 묘사되곤 할 뿐이다. 역내 국가들에 대한 일부 언론의 관심도 주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질서의 변화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전달하는 데 치중한다. 강대국 간의 경쟁과 세력균형은 역내 중소국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변화로 소개된다.

 

‘오히려 좋은’ 미중경쟁
 

물론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의 세력 경쟁과 적대 정책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동남아 주요 국가 지도자들은 공식적으로 경쟁이 동아시아의 번영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음을 경고하며 양측의 자제를 종용한다. 직관적인 관찰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양보와 이해에 기반하여 건설적으로 협력하며 리더십을 평화롭게 공유하길 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들은 이러한 구상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에 평화롭게 적응하고, 위계상 미국보다 아래 위치를 순순히 받아들일 거라는 관점에 회의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둘 간의 경쟁을 비판하지만, 동시에 강대국들의 리더십 경쟁 덕분에 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와 개발원조가 배가되는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리더십에 필요한 권위(authority)를 얻기 위해 계속되는 미국, 중국, 일본의 외교적 구애도 즐길 수 있다. 즉, 주요 동남아 국가들이 미중간 전략적 경쟁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고 걱정하진 않는 듯하다. 오히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관리된 경쟁’일지 모른다. 동남아에서 내생적으로 진화된 지역 질서과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가 주도하는 지역다자협의체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중국이 선의의 경쟁을 하길 바랄 것이다.

 

‘아시안 방식’과 다자주의

 

이런 측면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에는 행동력이 있다. 이들의 외교적 ‘헤징(hedging)’은 이런 불확실성을 두고 침묵하거나 모호하게 시간을 끄는 전략과는 차이가 있으며, 일시적이기보다 지속적이었다. 이들은 ‘아세안 방식’이라고 불리는 역내 규칙을 통해 중소국의 주권 보호와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두고자 했고 강압이나 표결이 아니라 비폭력적인 합의와 기다림을 역내 외교의 미덕으로 삼았다. 이런 지역 규범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강대국들이 어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덕분에 동남아 국가들은 그들이 가진 국력보다 높은 외교적 레버리지를 누리기도 한다.

결국 이들 전략의 핵심은 본인들이 설계한 규칙과 규범을 지역외교의 강력한 프로토콜로 만들어 강대국들의 역내 외교정책 구상 시 이를 고려해야 할 변수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경쟁이 강화될수록 더 커질 수 있다. 신뢰과 권위를 얻고자 하는 역내 리더라면, 이들의 기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 거는 기대는 우호적이다. 특히 이번 행정부는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질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고 역내에서 오랫동안 다자주의 건설의 선봉에 있던 아세안에게 보다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역시 동남아 국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트럼프 시절과 다르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배기현 
서강대 동아연구소 부교수

토론토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아세안(ASEAN)의 제도적 변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아세안의 규범적 변화, 통합 과정 및 동남아시아 국제관계, 한-ASEAN 관계 등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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