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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위, 인원제한은 밥그릇 지키기
사개위, 인원제한은 밥그릇 지키기
  • 강대성 법과대 교수
  • 승인 2004.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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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스쿨 입학정원의 함정

 

강대성 교수(경상대 법과대학장)

 

대법원 산하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사법개혁작업의 일환으로 로스쿨제도를 도입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열띤 찬반논쟁을 벌인 결과, 이 제도의 도입쪽으로 가닥을 거의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최초의 로스쿨 입학정원을 1천2백명 내지 1천3백명 정도로 하고, 처음에는 6 내지 7개교, 많아야 10개교 미만에 인가를 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도 함께 들리고 있다.

로스쿨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욱 구체적이고 자세한 사항들이 정해져야 하겠지만, 우선 로스쿨제의 도입이 대세인 것 같아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런데 로스쿨의 입학정원에 관한 논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점이 있어서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로스쿨제도란 간단히 말하자면 다양한 학부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로스쿨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그 수료생으로 하여금 변호사자격시험을 보게 하여 법조인으로 양성하겠다는 새로운 법조인력양성제도이다.

그리고 로스쿨은 현재의 변호사수를 대폭 증원하는 것을 그 전제로 하고 있는 제도이다. 변호사수를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정할 요량이라면 현행제도를 조금만 고치면 될 일이지 굳이 법학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로스쿨을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사법개혁이 무망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실제로 우수한 인재들이 오로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소위 고시촌에서 몇 년씩이나 낭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현행 사법시험의 폐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 분쟁은 점점 다양화, 전문화, 국제화되고 있는데 반해,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한 법률서비스는 구태의연하여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봉쇄당하고 있고, 이는 국익에도 커다란 손해를 끼치는 안타까운 사법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로스쿨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이 요청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와 같을진대, 입학정원을 소문대로 정하고서야 로스쿨의 도입을 통한 사법개혁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과 다름없다. 지금은 사법시험합격자수를 일년에 1천명 정도로 하고 있는데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1천2백명 내지 1천3백명 정도로 하겠다는 것은 사법개혁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만약 이러한 숫자가 거론되는 것이 그 동안 로스쿨의 도입에 주로 반대해왔던 변호사단체를 무마하기 위하여 나온 얘기라고 한다면 이는 더욱 수긍할 수 없는 사항이다. 개혁을 한다면서 개별 이익단체와 적당히 타협하는 태도는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한 한갓 장난에 불과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을 위한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의 수를 현재 사법시험제도에서 배출하는 변호사수의 두 배정도(2천명)는 최소한 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간단히 계산하더라도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적어도 한해에 4천명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법은 이렇다.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철저하게 학습하도록 하기 위하여 유급율을 30% 정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고, 로스쿨과정을 이수한 학생들 중에서도 변호사자격시험에서 탈락하는 비율을 30% 정도로 잡는다면, 결과적으로 한해에 약 2천명 정도가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실익이 있다고 본다. 만약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소문대로 정한다면 로스쿨에서 탈락하는 법과대학이나 법학부의 저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쟁은 이미 1995년부터 있어 왔던 해묵은 것으로서, 그 동안 우여곡절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저 논쟁만 하다가 이를 도입하지 못한다고 하면,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은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피안의 일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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