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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가로막는 거꾸로 가는 교육
창의성을 가로막는 거꾸로 가는 교육
  • 권상집 한성대 교수∙사회과학부
  • 승인 2021.04.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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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권상집 한성대∙사회과학부

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키워드 중 한 가지는 바로 ‘창의성’이다.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트렌드가 빨라지면서 창의성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기사는 연일 우리 귀를 따가울 정도로 때린다. 비단 기업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창의성, 즉 새롭고 참신한 생각의 활성화를 원한다. 학문의 발전, 사회의 진보, 산업의 경계선을 긍정적으로 허무는 것도 바로 창의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창의성 연구에 대해 다수의 학자가 몰두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 현장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는 창의성과 거리가 먼 학습 방식이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경영학 분야뿐만 아니라 학문 분야 간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융합 및 창의적 사고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영대학원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와 기업의 혁신 및 성장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한다. 유능한 경영자가 되려면 통찰력이 중요하기에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데 시간을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는 여전히 대학에서조차 다수의 시험이 객관식, 단답형 등 주입식 방법에 의존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하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 그 소중한 시간을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의 핵심요소는 무엇인가’등 실제 경영 현장에 쓸모없는 개념을 달달 외우는데 허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도 “창의성 수업을 들으면 창의성이 정말 향상되나요?”라는 무의미한 질문을 던지며 수강하고 있다. 이러니 창의적 인재가 국내에서 나올 리 만무하다. 

기업의 상황도 다르진 않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기업에서 창의성은 훨씬 필수적 요소가 된지 오래다. 실제 인사(HR)컨설팅 회사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프로젝트는 창의성과 연관된 교육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기업에서 진행되는 창의성 교육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직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정 기법과 관련된 학습만 진행되고 있다. 마인드맵, Scamper 기법, 트리즈 등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단편적인 방법을 주입시키는 격이다. 이러니 창의적 경영 역시 국내에서 나올 리 만무하다. 

필자가 가르치는 경영학에서 창의성은 교육학, 심리학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연구주제이다. 다수의 문헌을 살펴보고 창의성과 관련되어 다양한 연구를 그간 진행했지만 특정 기법을 학습하거나 단기간에 수많은 책을 읽고 교양을 쌓는다고 창의성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특정 기법을 통해 창의성이 향상된다고 믿는 사고 자체가 인간을 로봇으로 간주하는 기계적 사고에 불과하다. 그런 방식으로는 선진국과의 창의성 격차를 따라잡지 못한다.

사장의 배려와 신뢰가 직원의 창의력 높인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향상될까? 필자가 지난해 국내 경영학회에서 학술논문최다인용상을 받은 연구의 결론은 리더가 구성원을 섬세히 배려하고 신뢰하며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때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향상된다는 점을 교훈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창의성은 특정 기법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소중히 생각하는 리더의 신뢰, 유연하고 자율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문화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국내 대학에서의 교육도 유연하고 자율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서 원하는 통섭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고 이들이 기업과 사회의 미래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기업에서도 단기처방이 아닌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조성과 리더의 섬세한 서번트 리더십 발휘 등이 구성원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민 평균 아이큐는 세계 1~2위권에 속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창의적인 성과,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에서 그리고 기업에서조차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과 여건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How to)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아닌 창의성이 정말 무엇이고(What) 왜 중요한지(Why) 등 창의성의 본질을 가르쳐야 우리가 원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잘못된 교육 방식은 이쯤에서 접어두자.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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