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쓺 12호(2021. 상권)
쓺 12호(2021. 상권)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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쓺 편집부 지음 | 문학실험실 | 468쪽

“종말은 어떻게 오는가” 특집으로 엮어
반연간 문학전문지 『쓺-문학의 이름으로』 통권 제12호가 나왔다. 이번 호 특집의 주제는 “종말은 어떻게 오는가”이다. 삽시간에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위협에 인류 전체가 신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종말에 관한 사유는 인간 삶의 근원적 조건을 깊게 반추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연말, 과학자들이 만든 ‘종말 시계’는 앞으로 남은 인류의 시간이 100초임을 예고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사태의 발생과 함께 종말에 대한 담론들은 다양한 형식으로 번져나갔다. 그것이 응집된 중심 주제로 떠오르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는데, 아무튼 삶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전망이 막히고 혹시라도 존재하는 변화의 전망이 주로 공포와 불안만을 촉발할 때 종말에 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특집 ‘종말은 어떻게 오는가’는 긴 역사를 가진 종말론으로부터 지금-여기서 감지되는 종말의 예감과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펼쳐 보이고자 했다. 물리적 과학으로부터 신학·철학·사회학 등을 거쳐 상상적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멸종이나 사회적인 것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구성해온 정치·경제적 체제의 차원에서의 종말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것은 또한 인간 실존을 향한 가장 근원적 질문이며 신과 구원의 문제인 동시에, 지연되어야 할 사건일 수도 있고 새로운 탄생을 위한 기다림의 대상일 수도 있다. 때로 종말은 불가능한 것이어서, 모든 것이 이대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절망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_「편집의 말」 중에서

1.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운명_과학적 시각에서 본 종말 | 주일우 (과학평론가)
2. 종말론의 기원과 역사_종말론에 대한 사유의 매듭들 | 문순표 (철학자)
3. 약속의 땅과 내전의 끝_종말의 정치신학 | 조효원 (문학평론가, 서강대 교수)
4. 사회의 종말_디지털 시대 인간 조건의 변화와 사회적인 것의 붕괴 | 백욱인 (사회학자, 서울과기대 교수)
5. 종말을 향하여_종말의 역설과 비의秘義 | 김대산 (문학평론가)
6. 종말의 예감과 종말을 방해하는 구조_‘설명할 수 없는 것’에 토대를 둔 사뮈엘 베케트의 문학 세계 | 전승화 (불문학자, 경북대 교수)
7. 좀비가 종말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식 | 김형식 (문화평론가)

특집과 함께 : 현장의 목소리: 종말의 상상과 사념
1. 영원히 죽지 않고 | 강성은 (시인)
2. 종말은 가볍고 투명하게 | 김애란 (소설가)
3. 늑대들의 밤이 온다 | 백민석 (소설가)
4. 모노리스(Monolith) | 이기호 (소설가)
5. 소리 없는 세계의 딱따구리 | 장수진 (시인)

시와 소설 이번 [시와 소설] 난은, 지금 이 시대 상황을 보면 하나의 역설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중견에서 신진에 이르는, 개성적인 다섯 시인 김정환·진은영·이영주·김소형·이설빈과 네 소설가 이신조·정용준·이갑수·이원석의 신작 작품은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텍스트 실험 공간 : 도예인의 거듭되는 악몽과 실종에 대한 가설 심의 결과 [텍스트 실험 공간]에서 정한아 시인은, 그의 「업보 경찰 행정관 나사루의 비망록」(2016년)에 이어 또 하나의 상호-텍스트적 실험을 보여준다. 작가의 주석을 따라가며, 우리는 기꺼이 이 상호-담론적인 즐거운 놀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기획 : 연극의 막다른 자리에서 그 너머를 탐색하며 이번 호 [작은 기획]은 집합 금지 등, 너무나 큰 제약 속에서만 가능해진 이 시대에 공연이란 무엇인가, 공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그 해답을 담고 있다. 연극의 현실과 실행과 관련해, 그 전환점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지금 연극의 현실은 어떠한가, 어떤 연극적 전환이 가능한가, 연극의 본질에 비추어 연극인이 지켜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등 제반 문제를 연극평론가 조만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혜성·정진세의 글을 통해 살펴본다.

시시비비 : 커뮤니케이션 불평등의 문제들 [시시비비] 난에서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 안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미증유의 규모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늘 주목받는 논의 거리(익명성의 허용, 가짜 뉴스 통제 문제 등)가 되어왔다. 이와 관련해 언론학자 채영길은 누가 이 장을 장악하고 누가 여기서 소외되는가라는 아주 중요한, 그러나 지금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은 문제에 관해 고찰한다.

그때 그 실험 [그때 그 실험]에서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서영인 씨의 「‘난장이’ 사후」는 조세희 소설의 실험성을 지금까지 흔히 주목되어온 기법적 차원에서 찾기보다, 한 세대의 끝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난장이’라는 상징어로써 포착해내고 있다.

지금 이 언어 [지금 이 언어]에는 김행숙·이기성·신영배의 근작 시집들에 관한 오현경 씨의 비평을 싣는다.
또한 [문학실험실 신간 리뷰]에는 윤해서의 중편소설 『그』와 한유주의 연작소설 『숨』을 다루는 황예인·윤경희 씨의 비평을 더한다.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거듭하는 세 중견 여성 시인의 면모와 한국 소설의 전위적 정신을 대표하는 보다 젊은 여성 소설가의 새로운 결실을 일별할 수 있게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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