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2:35 (목)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쉬는 과학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9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처드 도킨스 지음 |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660쪽

이성의 수호자, 미신의 적, 촌철살인의 논객이자
감탄하는 영혼, 유머러스한 작가, 믿음직한 안내자인
도킨스의 면면을 보여주는 41편의 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 산문의 정수
도킨스를 가장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선집

도킨스의 새로운 에세이집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이 출간되었다. 수십 년간, 도킨스는 끊임없이 자연의 신비를 밝히고 잘못된 논리를 공격하는 가장 뛰어난 과학 저술가였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모두 그런 도킨스 특유의 박식함과 위트, 자연에 대해 늘 새롭게 느끼는 놀라움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가 『악마의 사도』(2003) 이후 두 번째로 펴내는 에세이집이다. 『만들어진 신』을 작업한 편집자 질리언 소머스케일즈와 함께 고른 41편의 짧고 긴 글들을 8부로 나누어 묶었다. 집필 시기는 30년에 걸쳐 있는데, 대부분이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를 맡고 있을 당시 쓰인 글들이다. 집필 시기뿐 아니라, 각각의 원고가 발표된 장소도 강연회, 행사 개막식, 각종 매체, 장례식과 추모회까지 다양하다. 다루는 내용 역시 복잡한 진화론에서부터 과학자의 가치관, 종교, 미래 예측, 개인적인 삶까지 폭넓다. 결과적으로 다른 저서에서는 볼 수 없는, 도킨스라는 작가에 대한 흥미로운 초상이 완성되었다. 이미 출간된 두 권짜리 자서전이 있지만, 이 글 모음집은 어떤 의미에서 또 하나의 전기로 읽힌다.”(옮긴이의 말) 『이기적 유전자』와 공격적인 무신론자로만 리처드 도킨스를 알았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여전히, 여느 때보다 과학이 필요한 시대에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을 말하다

이 글들이 쓰인 시기는 30여 년에 걸쳐 있지만, 지금 결코 덜 시의적절하거나 덜 긴급하지 않다. 정치인들은 반세기 동안 받아들여질 수 없었거나 적어도 공공연하게 이야기되지는 않았던 편견에 수문을 열어젖혔다. 도킨스는 열정적인 서문에서 이성이 중심을 잡아야 하며 “본능적 감정은 설령 외국인혐오, 여성혐오, 또는 그 밖의 맹목적인 선입관이 도사리는 어두운 흙탕물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투표소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가 새롭게 주석을 단 글들에서 도킨스는 실증할 수 있는 근거의 중요성을 비롯한 많은 주제를 다루면서 나쁜 과학과 종교 교육,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을 비판한다.
하지만 그의 과학이 인정사정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목에 들어간 ‘영혼’이라는 단어도 도킨스가 그것이 비과학적인 영역에만 한정되어 쓰여야 하는 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도 과학에게도 유령 같은 영혼은 없지만 ‘현실을 한 단계 넘어서는 무언가’,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 ‘감정적인 성질’을 표현하는 의미의 영혼은 있을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종교를 비롯한 그 어떤 미신적인 것보다도 영혼을 지니고 있음을 이 책 전체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편지, 픽션, 개회사, 추도문, 강연문, 새롭게 단 주석과 후기까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글로 과학자-시민-인간 도킨스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책

이 책은 도킨스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과학자로서의 도킨스가 있다. 1부는 도킨스의 과학철학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장으로, 이 장 전체를 통해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도킨스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2부에서는 다윈의 위대한 이론이 어떻게 전개되고 정교해졌는지 살펴본다. 이 글들을 통해 독자들은 “어떻게 그 이론이 두 과학자의 보기 드문 신사적 행동으로 시작되었는지, 그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힘과 타당성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발전했고 어떻게 오해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부는 ‘이성의 예언자로서의 과학’을 다루는 장으로, 우주 탐사 기술과 의식 연구의 발전을 비롯한 과학적 진보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를 다방면에서 전망한다.
이후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슈에 관해 발언하는 논객 도킨스를 만날 수 있다. 4부는 시사적인 이슈에 관한 도킨스의 입장을 담은 글들로, 대부분은 종교가 관여되어 있는 비합리적인 주장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5부에는 현대 문화를 보며 느끼는 모순에 대한 글들을 모았다. 근본주의적 사고방식, 흑백논리, 관료주의에 대한 분석부터 불꽃놀이를 할 때 동물의 고통이 간과되는 것, 뉴스에서 자막이 아니라 더빙을 사용하는 일에 대한 아쉬움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자연을 보며 경탄하고 뻔뻔스럽게 농담을 던지고 자기 인생의 어른들을 회상하는, 더욱 ‘인간적’인 도킨스를 만난다. 6부에는 장엄하고 복잡한 자연계에 대한 관찰에서 실제로 표출된 진실을 찬미하는 에세이를 실었다. 여기에는 광대한 지질학적 시간을 향한 탐험이 담겨 있는데, 이를테면 대형 땅거북과 바다거북의 기묘한 역사가 이에 해당한다. 물과 땅을 오가며 일어난 이들의 여정을 통해 독자들은 진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7부는 유머 작가로서의 도킨스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가상의 인물이나 사물에 관한 픽션, 패러디 등 ‘형식을 벗어난’ 글들을 위주로 엮었다. 8부에는 도킨스가 존경하는 인물에 관한, 한 인간의 위대함이 드러나는 글들을 모아놓았다. 옮긴이가 적었듯이 “그가 스승과 동료, 가족에 대해 쓴 따뜻하고 유쾌한 글들은 협력 정신으로 운영되는 과학이라는 공동 사업에 대한 자부심, ‘인간 애정의 온기’, 그를 있게 한 영혼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이 책의 본문에는 시각적으로도 두드러지는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각주를 일반적인 관례보다 크게 디자인했다는 것과 대부분의 글 뒤에 ‘후기’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도킨스가 저자 서문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보의 업데이트는 각주와 후기로 한정했다. 이런 짤막한 보충과 감상을 본문과 함께 읽으면 오늘날의 나와 원래 원고의 저자가 주고받는 대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런 방식의 독해를 돕기 위해, 주석은 학술서의 각주나 미주의 관례보다 큰 문자로 설정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길게는 3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쓰였지만, 도킨스가 이 책을 엮으며 각주와 후기를 통해 덧붙인 새로운 느낌이나 글의 뒷이야기는 ‘발표’ 전후에도 이어지는 글의 생애를 보여주면서 한층 더 풍부한 독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