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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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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지음 | 추수밭 | 260쪽

저마다 자신만의 이익을 고집하는 세상에서
‘고고한 나’로 살기 위한 개인주의자의 원칙

결국 누구나 ‘혼자’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도 정치 뉴스에는 상대편 진영에 대한 온갖 힐난의 댓글이 빗발치고, SNS에서는 열광적인 편 가르기가 벌어진다. 한편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없는 돈까지 쏟아 붓는 ‘주식투자 붐’이 일어나고 있고, 이들은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과 함께 벼랑 끝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국민적인 단합을 통해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요구받던 시대를 지나 한국 사회도 어느덧 ‘개인주의 시대’를 맞이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쏟아진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쪽에서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집단주의’가, 다른 한쪽에서는 무한경쟁을 추동하는 ‘각자도생’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주의’라는 말은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된 채 그저 젊은 세대의 치기 어린 태도 내지는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이 같은 시대를 진단하며 집단적 이익이나 개별적 생존의 문제에 갇힐 수 없는 고유하고도 독립적인 개인의 자유란 무엇인지 소개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개인주의의 덕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핀다.

“인류의 역사는 개인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우리가 개인으로 존재하는 이유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근대문명을 일으킨 것이 국가나 전쟁, 고도의 경제성장이 아니라 ‘개인’이었다는 지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대에서 근대로 나아가며 인간이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떤 투쟁과 모색의 과정이 있었는지 그 역사가 간략하게 그려진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목숨을 대가로 치르면서까지 도시국가(폴리스)의 구성원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이자 ‘세계시민’이 되고자 했다.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 등의 종교개혁가들은 ‘만인사제주의’를 주창하며 신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한 개별 영혼의 구원 가능성을 제시했다. 파우스트와 돈 후안, 햄릿, 돈키호테와 같은 문학작품의 주인공들은 세계와 맞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의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특히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은 자유로운 탐구와 비판, 실험을 통해 오류를 거듭 수정하는 ‘과학 공동체’를 구성하며 개인주의, 민주주의, 휴머니즘의 근간을 마련했다. 저자는 근대문명을 지탱하는 이 세 가지 이념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바로 ‘개인’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은 어떠한 내용도 없는 하나의 단위(1인, 혼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개인, 시민, 인간’이라는 매듭 속에서 존재한다. 평소에는 지극히 ‘사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다가도 거대한 불의를 목격하면 얼마든지 ‘공적인’ 참여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개인이다. 이처럼 철학, 과학, 종교, 문화,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펼쳐진 개인주의의 역사를 규명하는 이 책은 우리가 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그 뿌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은 차라리 ‘전체주의 시대’에 가깝다”
따로 떨어져 생존에 목매는 사회에 대한 무서운 진단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이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적극 주도한 것이 ‘생존의 정치화’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다른 제국들과의 경쟁과 전쟁 속에서 ‘독일 민족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이 유대인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낳았고 급기야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이렇게 개인들의 고유성이 무참히 짓밟히고(파편화) 모두가 똑같이 생존에 매달리는 것(동일화)이야말로 전체주의를 작동시키는 조건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일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공유되고(동일화) 개인이 무차별적으로 데이터 시스템 속에 빨려 들어가는(파편화) 지금 시대가 ‘완벽한 통제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존엄한 개인이 대체 가능한 일개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그리고 시장만능주의와 승자독식사회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모색한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첫 번째 조건”
진정 나답게 살기 위한 개인주의 사용법 15


저자는 개인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노골적인 ‘힘의 숭배’와 약자에 대한 무책임이 나타나고 있음에 우려한다. 특히 ‘얼룩말 무늬(횡단보도)’의 안전성에 대해 독일인과 한국인이 보이는 인식의 차이를 살피며 우리 사회가 과연 교통의 무법지대에 선 어린이들을 잘 보호하고 있는지 반문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 성숙한 개인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휴머니즘을 가르치는 ‘교양교육’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비롯된 ‘거리두기’를 개인주의 문화 정착을 위한 기회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당면한 이슈나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개인주의의 구체적인 실천을 도모하는 한편, 이 책은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를 앞두고 스스로 반성하고 사유할 줄 아는 ‘인간다운 개인’의 가치를 역설한다. 기술적인 편리함에 나를 의탁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저자는 ‘빅 데이터’나 ‘알고리즘 추천’으로 환원될 수 없는 나만의 고유성(자존심)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 아울러 경쟁을 통한 이득을 넘어 나 자신의 삶과 마주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윤리를 모색한다. 이처럼 ‘가장 나다운 것이 곧 인간다운 삶이 되는’ 길을 보여주는 이 책은 홀로 오롯이 삶을 견뎌야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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