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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지방’ 출신 62%, ‘지방대’ 출신은 9%
법조인, ‘지방’ 출신 62%, ‘지방대’ 출신은 9%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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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지방에 배려해야 하는 이유


‘사법시험 합격’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단번에 인생 역전할 수 있는 ‘로또’가 될 수도, 냄새나는 사회에 메스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족과 권력 획득, 두 가지를 한번에 일궈낼 수 있기에 더욱 끌린다.


그래서 일까.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서만큼은 자신있다는 수재들은 판검사나 변호사를 꿈꾼다. 로또 당첨만큼이나 시험합격이 어렵지만, ‘비상한 머리’만 있다면 가능성이 높기에 이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이들의 진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서울대다. 사법시험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학으로는 제격이고, 앞서 진출한 서울대 출신 법조인들의 끈끈한 인맥도 무시못할 이유다. 만약 서울대 입학이 힘들면 ‘최소한’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라도 들어가야 한다.

지역인재 빨아들이는 ‘블랙홀’

실제로 법조인들의 출신대학을 조사해보면 서울지역 소재 대학에, 특히 서울대에 집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발간한 ‘韓國法曹人大觀’(법률신문사) 중 법조인들의 ‘출신대학별 색인’을 토대로, 각 대학들이 배출해 낸 법조인들의 수를 통계처리 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사법시험 44회(2002년) 합격자까지 포함해서 그동안 배출된 법조인의 수는 1만1천9백50명. 이중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대학은 단연 서울대(경성법학전문학교, 경성제국대 포함)다. 모두 5천7백27명으로 비율로 환산하면 47.9%에 이른다. 이어 고려대(보성전문학교 포함) 1천8백38명(15.4%), 연세대(연희전문학교 포함) 8백32명(7.0%), 한양대 6백13명(5.1%), 성균관대 5백67명(4.7%)으로 뒤를 잇고 있다. 즉, 상위 5개 대학 모두 서울지역 소재 대학들로서, 이들 대학 출신 법조인의 비율은 전체의 79.8%에 육박한다.

서울지역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으로 분류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서울지역 대학 출신 법조인은 1만7백21명(89.7%)인데 비해, 지방 소재 대학 출신은 고작 1천91명(9.1%)에 불과하다. 지방 소재 대학 출신 법조인은 1백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등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법조인들의 출신지역을 조사해보면, 굳이 지방의 우수 인재들이 서울로 몰려야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한국법조인대관’이 추적한 법조인 1만9백25명 중 서울 출신은 3천5백15명(32.2%). 인근 인천과 경기 지역 출신자 모두를 더해도 36.2%다. 이와 달리 ‘지방’으로 차별받던 비수도권 지역 출신의 법조인 수는 서울 지역을 훨씬 능가한다. 기타 지역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출신 법조인 수는 모두 6천7백67명(61.9%)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경남(울산 포함)지역 1천8백2명(16.5%) ▲대구·경북 지역 1천6백88명(15.5%) ▲광주·전남(제주도 포함)지역 1천4백81명(13.6%) ▲충청지역 8백76명(8.0%) ▲전북지역 7백명(6.4%) ▲강원 지역 2백20명(2.0%)이다.


고교 평준화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고려해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를 추적조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발간한 ‘법조인 양성, 그 새로운 접근’에 따르면, 사법연수원생 34기(2002년) 9백72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출신 대학은 역시 서울대(3백27명)로서 33.6%를 차지한다.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를 합산하면 8백21명(84.5%)이다. 하지만 조사된 사법연수생 9백45명의 출신지역을 보면 수도권은 3백54명(36.4%)에 불과하고, 비수도권 지역은 5백82명(59.9%)에 달한다.

"로스쿨 지방 설치가 대학서열화 깬다"

결론적으로 그 동안 서울 지역 대학들, 특히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몇 몇 주요 사립대들이 각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왔고, 그 과정에서 대학서열화구조가 고착화되고 지방 소재 대학은 고사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출신지역별 법조인 수를 살펴보면, 그동안 우수 인적자원이 서울에 지나치게 집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가 지방에 배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시 낭인’을 없애고 경쟁력 있는 법조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고질적인 대학서열화 문제 역시 시야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과)는 “조건을 갖춘 대학들에게만 로스쿨 설립을 인가하면 로스쿨이 서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대학서열체제를 다시 공고화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하고, “로스쿨을 모든 대학으로부터 분리해 권역별로 적정 수에서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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