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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마저 소득 순으로 피해가는 ‘극단의 도시’
재난마저 소득 순으로 피해가는 ‘극단의 도시’
  • 조준태
  • 승인 2021.04.0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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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극단의 도시들』 | 애슐리 도슨 지음 | 박삼주 옮김 | 한울 아카데미 | 400쪽

 

인종·계급·젠더 격차가 자연재해 만든다
인재(人災)의 시대, 도시는 어디로 가는가

 

2005년 8월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 상륙했다.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의 댐을 파괴했고 도시는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뉴올리언스 전체 면적의 80%가 물에 잠겼고 수십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그들 대부분은 침수에 취약한 저지대에 거주하던 흑인과 빈곤층이었다. 카트리나는 그들의 집이었던 공공주택을 날려버렸고 현재 그 자리는 이전에 살던 흑인 계층이 살 수 없는 주택으로 채워졌다.

한편 2019년 5월, 한국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개봉했다.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이 상류층 박 사장 가족의 집에 위장 취업하는 모습을 그린다. 기택 가족은 끊임없이 계급 상승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시도가 거듭될수록 차이는 분명해진다. 기택 가족이 도망치듯 박 사장의 저택을 빠져나온 날, 그 차이는 정점을 찍는다. 쏟아지는 폭우에 기택의 반지하 집은 물에 잠기지만 박 사장은 어린 아들의 생일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8월에는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광주와 부산, 제주와 철원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전역에 그 영향을 미쳤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단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보도의 우선순위였다. 장마 초기부터 지방의 피해는 심각했는데 이를 제대로 다룬 재난방송은 없었다. 사람들은 SNS를 이용해 상황을 공유했고 장마 전선이 중부 지방으로 북상함에 따라 피해 소식이 하나둘 방송을 탔다. 서울의 상황을 전할 때와는 분명 달랐다.

 

영화 「기생충」의 물난리 장면. 재난은 중앙부를 빗겨가 주변부로 향한다. 사진=연합

 

뚜렷한 방향성을 갖는 재난

세 가지 사례는 여러 공통점을 갖는데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재난이 갖는 방향성이다. 별star에서 떨어져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 재난disaster은 결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아래로 침전한다. 피해의 정도도 그렇고 구호의 부재도 그렇다. 이 책, 『극단의 도시들』은 한쪽으로만 쏟아지는 자연재해의 방향성을 극단적 자본주의의 결과로 해석한다. 나아가 기후혼란의 이유와 예후까지 도시의 논리로 읽어낸다.

현대 도시는 자본주의에 추동된다. 끝없이 새 것이 생겨나고 이것은 억제할 수 없는 과잉 성장으로 이어진다. 1900년에서 2013년 사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는 2억 2천500만에서 36억으로 16배 증가했다. 쉼 없이 팽창하는 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극단에 이른다. 자연도 이 아찔한 가속에 빨려 들어간다. 이제 도시의 소비는 세상 무엇보다도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발 딛고 있는 땅마저 부순다.

이 극단 안에 자연재해 같은 것은 없다. 지리학자 닐 스미스는 “재난의 모든 국면과 양상, 윤곽 그리고 누가 살고 죽느냐의 차이는 크건 작건 사회적 계산법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도시의 불평등이 자연재해를 디자인하고 분배한다. 저자는 재난이 폭풍이 닥쳤던 하룻밤 동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년 동안에 걸쳐 전개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도시의 자연적 취약성은 사회적 불의에 의해 고조된다.

 

2017년 6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발표했다. 사진=AP/연합

 

현대의 방주: 소외자와의 연대

오늘날 자연재해는 거대한 재난뿐만 아니라 기온 변화로 인해 높아진 사망률처럼 좀 더 미묘한 형태로 나타난다. 도시는 이 문제를 도시 안의 문제가 아닌 지구 전체의 문제로 삼아 핵심과 마주하기를 거부한다. 트럼프 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이러한 회피의 전형이다. 세계 대도시들은 기후변화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이 야기한 초월적인 혼란에 비하면 그 책임은 충분치 않다. 나무 몇 그루로 해결하기엔 너무 먼 곳에 와버렸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는 80년 안에 전 세계 해수면이 2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다로부터 안전한 도시는 없다. 누가 그리고 무엇이 방주를 만들 수 있을까. 연료의 대체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쓰레기 매립지를 만드는 건 연료가 아니라 소비이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더 깊숙한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극단에 이른 자본주의 자체이다. 소비의 절제와 재화의 공유, 초과이득세와 표준 주택 등을 통해 자본이 외면한 소외자와 연대해야 한다. 절망적인 빈곤과 충격적인 풍요의 연결을 끊을 때 극단에 놓인 도시는 비로소 낭떠러지로의 질주를 멈출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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