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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은 책 안에 있다
사랑의 기술은 책 안에 있다
  • 조준태
  • 승인 2021.04.06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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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신희선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

얼굴 맞대고 의견 나누는 북토크
텍스트를 깊이 읽음은 사랑과 닮았다

“교수님과 학우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학생활의 로망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한 적은 많았지만, 독서 후에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는 경험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입니다.” “교수님께서 인생의 멘토로서 책으로부터 어떤 것을 깨닫고 나눠 주실지 기대가 돼 지원했습니다.“

'2021 교수님과 함께 하는 북 토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신청 이유다. 몇 년 전 숙대 중앙도서관에서 개최한 제1회 '내 인생의 행복한 책읽기'에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돼 이번 학기 북 토크를 제안받았다. 캠퍼스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도서관인지라, 더구나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흔쾌히 응했다. 

북 토크는 ‘책 읽는 숙명인’을 지향하며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멘토링이 가능하도록 교수 1명당 다섯 명 학생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신청자가 많아 최종 14명으로 인원을 늘렸다. 다양한 학년의 각기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같은 책을 놓고 한 자리에서 만났다. 20학번 학생은 대학에 입학해 지금까지 녹화된 강의와 비대면 줌으로만 교수들을 만나다 보니 대학생활이 많이 아쉬웠는데 “교수님과 직접 북 토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신청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21학번 새내기는 “입시 기간 책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대학생으로서 주체적으로 책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시야를 넓히기 위해 지원했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책을 혼자 읽고 생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생생한 독서토론의 경험을 원했다. 

이번 북 토크에서 함께 읽을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다. 사랑은 언제나 청춘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을 통해 학생들과 사랑에 대해 돌아보고 싶었다. 프롬이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사랑의 기술에 대한 편리한 지침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The Art of loving’이라는 제목부터 다시 곱씹어보며 시작하고자 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활동’,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과 같은 주장에 학생들이 동의하는지 궁금하다. 사랑도 음악이나 건축, 의학을 배울 때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사랑에 대한 통념을 전복시킨 프롬의 비판적 문제제기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프롬은 사랑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관심이자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전시키는 실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의 기술’은 책 안에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고 저자를 읽고 독자 자신을 읽는 삼독(三讀)처럼, 탐구하는 공동체에서의 독서토론은 자유로운 탐색과 배움을 자극하며 그 의미를 더한다.

과거 북 토크에 참여했던 학생은 “600여쪽이 넘는 두꺼운 서적조차 무리 없이 즐겁게 읽고 토론하면서 북 토크 이후에 보다 넓은 시야와 세상을 얻게 되었다“라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다시 북 토크 문을 두드린 그 학생처럼 독서토론의 경험과 시간은 온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존재 양식의 삶은 보다 ‘깊이’ 아는 것인 반면, 소유 양식의 삶은 더 ‘많이’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살펴보며 저자의 의견에 딴지도 걸며 보다 깊게 텍스트를 탐색하는 독서토론은 존재 안에서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누군가와 같이 책을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세계를 아름답게 빚어가길,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근력을 키워가길 기대한다.

2021년 봄 학기 북 토크에서 1956년에 출간된 『사랑의 기술』을 읽으며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3월 마지막 주에 시작되는 북 토크를 준비하며 신청 이유서를 읽다 보니, 내 마음도 학생들처럼 설레고 새롭다.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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