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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통합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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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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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영조의 ‘천의소감’을 다시 생각한다

 

신유아 인천대 교수(역사교육과)
신유아 인천대 교수(역사교육과)

현재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려면 갈등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알아야 할 텐데, 지금에 와서는 갈등의 원인을 알려고 하는 것조차 특정 이념에 치우친 일로 간주되어 공격받기 쉬워졌다.


조선시대 탕평군주로 알려진 영조는, 피차가 서로를 공격하여 역당(逆黨)으로 몰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러한 붕당 간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했던 노론뿐만 아니라 자신을 해치려고 했던 소론 가운데에서도 극단에 서지 않는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인재 등용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무엇이 충(忠)이고 무엇이 역(逆)인지 분명히 밝히는 작업에 돌입했다. 국가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영조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전 경종의 재위 시절 자신이 왕세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경위와 대리청정을 하게 된 사정, 노론 4대신이 역모로 몰려 처형된 임인옥사의 전말을 비롯하여 이후 집권 붕당이 교체되는 환국과 역모사건에 대해, 그 전모를 모두 상세히 밝히기로 했다. ‘천의소감’은 그래서 편찬된 책이었고, 영조는 이 책을 한글로도 간행해서 백성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영조와 노론의 입장에서 찬술된 책이고 그 책에서 주장하는 진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이 제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역사의 진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조가 붕당간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종국에 취했던 방식이 쟁점이 된 모든 사건에 대해 그 전모를 명백하게 밝히는 방식이었다는 점은 오늘날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도세자에게는 비정한 아버지였지만, 영조가 평생에 걸쳐 신하들과 논쟁을 벌여가며 펼친 정책은 당시 백성들을 극심하게 괴롭히고 있던 군포의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정책이었다. 조선왕조의 정책을 왕권 강화를 위한 정책과 백성을 위한 정책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영조의 정책은 대부분이 백성의 삶을 위한 정책이었다. 그런 진심을 다한 그의 노력이 민심을 움직였기 때문에, 천출의 임금이 그 치열한 붕당 간의 대립을 멈출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왕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사회 통합의 방법으로 흔히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사후약방문보다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사건의 진실을 명백한 증거를 통해 확실하게 규명하고, 이를 모든 국민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편파적인 선동에 휩쓸려 소모적인 갈등을 키워가는 일은 많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신유아 
인천대 교수·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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