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05 (목)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인문사회분야 반발 잇따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인문사회분야 반발 잇따라
  • 김봉억
  • 승인 2021.03.31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 성명 이어,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출범, 서울대 행정대학원도 세미나
“과학기술계 규준을 인문사회에 획일적 적용”
지난해 8월 12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안 공청회' 모습이다.
지난해 8월 12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안 공청회' 모습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혁신법)에 대한 인문사회 분야 교수들의 반발과 혁신법 개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의 58개 대학중점연구소와 인문사회연구소가 회원으로 있는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회장 강성호 순천대)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인문사회 분야 연구현실을 외면하는 ‘혁신법’의 폐해를 보완하는 법률 개정안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혁신법으로 인해 전체 27.2조원 R&D의 약 1%에 불과한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예산이 과학기술분야에 종속돼 연구 자율성과 창의성이 크게 지장 받게 됐다”라고 성토했다. 협의회는 ‘연구노트 작성 의무화’, ‘타 기관 소속 학생연구원에게 학생연구비 지급 불가’, ‘과제 종료 후 연구비 사용불가’ 등은 인문사회분야 연구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또 졸속으로 혁신법을 만들고 실행하면서 소급적용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혁신법 실행 관련 공문이 일선 대학연구소에 2월 중순에야 전달돼 많은 대학연구소들이 혁신법 통과 이전 기준으로 지난 1월과 2월에 이미 집행한 연구비 반환으로 부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 놨다. 

협의회는 “혁신법이 제정된 지금도 대부분의 인문사회예술분야 연구자들이 혁신법이 제정된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혁신법 제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기홍·이용빈 의원은 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인문사회분야를 혁신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협의회는 이 개정안이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하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30일에는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전국 국공립대 및 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등 인문사회 분야 관련 학술단체들이 모여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를 출범하고 "인문사회 분야의 학문적 특수성을 외면하는 제반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31일, ‘인문사회 학술연구 진흥과 미래의 연구개발’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곳에서도 ‘혁신법은 기본적으로 과학기술 중심 연구접근과 관리체계이나, 인문사회 연구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포함하고 있어 이 법의 관리체계에서는 인문사회 학술생태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라고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날 임현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기조발제에서 “국가연구개발의 혁신이란 미명아래 과학기술계에서 주로 활용해온 규준을 인문사회계열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인문사회 분야 연구의 독자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이제 인문사회과학은 중장기 연구계획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한국사회에 걸맞은 자생적 지식생산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