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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출범을 기다리며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출범을 기다리며
  • 교수신문
  • 승인 2021.03.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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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서울시립대 교수·철학과)

 

이중원 논설위원(서울시립대 철학과)
이중원 논설위원(서울시립대 철학과)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에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바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열악한 인문학 및 인문정신의 진흥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한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 동력으로 삼으며, 인문학이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과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이 법이 발전시키려 했던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상황은 어떠한가?


법의 제정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인문학을 포함한 인문사회분야의 전체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더 열악해지고 있다. 2016년에도 국가 연구개발 예산 19.1조 원 가운데 인문사회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2천990억 원으로 1.6%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전체 연구개발 예산 19.7조원 대비 2천933억 원으로 오히려 1.5%로 감소하였다. 2021년에는 전체 연구개발 예산이 27.4조 원으로 대폭 증가한 반면, 인문사회분야 예산은 2천968억 원으로 변함이 없어 사실상 1%로까지 크게 감소하였다.

영국이 정부연구위원회 전체 예산의 9.3%(2019년)를, 미국은 국립인문기금과 국립과학재단의 연구지원 예산의 4%(2020년)를 인문사회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이공계열 입학생은 지난 8년간 15만여명(2012년)에서 15만2천여명(2020년)으로 늘어난 반면, 인문사회계열 입학생은 13만5천여명에서 11만2천여명으로 대폭 줄어 학문후속세대 양성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현실은 법률의 기본이념과는 정반대로, 인문학 나아가 인문사회분야 전반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발전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개발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과학기술의 개발 및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과 함께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양산되고 지구 온난화 및 기후 재난과 같은 전지구적 재앙이 심각하게 초래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려는 인문·사회적 차원의 대책 또한 중요하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적 가치를 통합함으로써 책임 있는 사회발전과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런 맥락에서 고사 위기에 몰린 인문사회분야의 지원을 위해 2019년에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2019~2022)’을 수립하였지만, 미래지향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그리고 체계적이지도 않은 단기적인 임시 처방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2020년 8월에 인문사회분야 학술단체에 속한 수천 명의 학자들이 직접 나서서, 인문사회분야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적 확대, 제반 법률적 기반 정비, 인문사회 학술정책 연구 전문기관 설립 그리고 국가급 학술자문회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인문사회분야의 안정적인 연구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 청원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이러한 역할을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분야의 학술단체 모임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 상응하는, 강력한 인문사회 분야 전체 학술단체들의 연합체인 가칭 ‘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의 결성이 필요하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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