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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모든 가치를 가치전도 하다
니체, 모든 가치를 가치전도 하다
  • 김재호
  • 승인 2021.04.0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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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니체 작품의 재구성』 | 강용수 지음 | 세창출판사 | 352쪽

나에게서 가장 먼 존재인 ‘나’
선과 악의 결과가 아니라 뿌리를 알라

전복! 니체(1844∼1900)의 사상은 이 한 마디로 집약되지 않을까. 기존의 질서와 기독교에 당당히 맞선 초인이 바로 니체다. 니체 전집은 국내에 모두 번역돼 있는데, 그중 대표적 작품인 『도덕의 계보』(1장), 『비극의 탄생』(2장),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3장), 『안티크리스트』(4장), 『이 사람을 보라』(5장)를 쉽게 풀어쓴 책이 출간됐다. 원전의 의미를 살리면서 가독성을 높였다. 

저자 강용수 박사는 독일에서 「니체의 문화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서문에서 “니체의 사유가 많은 여정을 거쳐 변화한 것이 사실이지만 세계와 자신의 삶에 예외 없는 긍정을 일관되게 담고 있다”면서 “역설적이게도 니체가 말한 긍정은 고통이라는 부정성을 포함한다”고 적었다. 요컨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와 운명을 받아들이는 ‘운명애’이다. 여기엔 삶의 긴 여정 속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철학의 분야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자기 성찰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런데 니체가 보기에 ‘나’는 자신에게서 가장 먼 존재가 돼버렸다. 꿀벌은 부지런히 꿀을 모으지만, 왜 자신이 꿀을 모으는지 의미를 잘 생각하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내가 누구인지는 낯선 질문이지만, 평생 고민하고 마주해야 할 친구이다. 선악에 의해 좌우되는 나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선과 악의 뿌리는 과연 무엇인지 ‘가치의 가치’를 따져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으나, 니체는 인간을 ‘약속이 허용되는 동물’로 규정한다. 약속은 의지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사회적 약속을 어겼을 경우, 양심의 고통을 느낀다. 사회는 약속을 어긴 이에게 형벌을 가함으로써 사회계약을 따르도록 강요한다. 양심은 각 개인에게 각인된다. 니체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주권적 개인’을 강조한다. 

약속이 종교적 차원으로 가면 신과 마주하게 된다. 죄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강용수 저자는 “미래의 인간은 양심의 가책에 갇혀 고통의 원인을 자신의 죄에서 찾는 병든 인간이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죄책감,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 신을 극복하는 자가 미래에 온다”고 밝혔다. 그러한 미래의 인간은 무신론자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든 신이든 나를 옥죄는 건 너무나 많다. 그렇기에 삶은 고통스럽다. 잔혹한 삶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니체는 그리스의 비극에 주목한다. 지옥 같은 현실을 예술로 승화한 강한 염세주의가 역설적이지만 삶을 긍정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고통은 삶의 본질인 긍정과 무관하게 뒤따라나온 것뿐이다. 여기서 예술은 자기창조로 이어진다. 

강 저자는 니체의 사상을 행복과 힘의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좋은과 나쁨, 행복과 불행을 힘의 관점에서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니체의 사유는 기존의 가치를 완전히 뒤집는 것, 즉 ‘모든 가치의 가치전도’의 기획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쁜 것은 약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니체는 인간에 대한 동정을 비판한다. 인간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동정은 걸림돌이 된다.

니체의 사상은 철학사의 맥락에서 펼쳐지기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니체 작품의 재구성』은 정말 쉽게 니체에게로 안내한다. 책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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