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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여유로운’ 방역 그 이후
스웨덴의 ’여유로운’ 방역 그 이후
  • 이성준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연구센터 연구원
  • 승인 2021.03.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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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연구센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해 6월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중인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 수석 역학자. 사진=AP/연합
지난 해 6월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중인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 수석 역학자. 사진=AP/연합

 

지난해 초중반 대다수 유럽 국가가 봉쇄에 나섰을 때 스웨덴은 오히려 느슨한 방역정책을 유지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당시 한국을 포함, 전세계 언론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대다수는 스웨덴의 방역정책을-비록 스웨덴 정부는 이를 결코 인정한 바 없지만-’집단면역’ 전략으로 규정하고, 특히 요양원 노인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점에 주목하면서 실패한 정책, 나아가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비인간적 정책’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부 언론은 스웨덴의 정책을 팬데믹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 최대한 의존해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즉 ’과학적 합리성에 기초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작년 8월 여름휴가 이후 유럽 전역에 불어 닥친 2차 파동 당시 스웨덴의 일일 확진자 수가 유럽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후자 의견이 잠시 힘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9월 초부터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크리스마스 전후를 정점으로 1만 명을 넘어갔다.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는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이 실패했다”고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후 스웨덴은 점진적으로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일 확진자 수는 5천명을 넘나든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스웨덴 입장에서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지난 3월 22일 기준 전체 확진자의 약 1.78%. 영국은 약 2.94%).

 

”정무적 판단에 기초한 빠른 판단이 중요”

 

결과적으로 스웨덴의 초기 대응은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궁금증은 남는다. 스웨덴은 왜 전세계적으로 상식처럼 통용되던 ’검사와 격리’가 아닌’시민 자율 방역’ 정책을 거의 홀로 추구했을까? 팬데믹 초기 심각성을 유행성 독감 정도의 수준으로 낮게 평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반대로 스웨덴의 시민의식을 너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까? 혹시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할 수 있는 자원 혹은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물론,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스웨덴 정부의 초기 ’느슨한’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공통으로 한 가지를 꼽는다. 시민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부가 전문가 집단의 의견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악화되는 상황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해당하는 핀란드의 미카 살미넨 보건부 수석은 확고한 과학적 증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스웨덴의 보건의료 의사결정 체계의 약점을 지적하며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아직 충분한 수의 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때로는 상식적 차원에서, 혹은 정무적 판단에 기초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스웨덴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의 총지휘자로 알려진 안데르스 텡넬 국가역학자는 “내 외국 동료들은 스웨덴의 의료체계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운영된다는 점을 부러워한다”고 맞받아쳤다! 참고로, 핀란드는 여러 유럽 국가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한 국가로 꼽힌다.

 

시민들은 스웨덴 방역을 얼마나 신뢰할까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스웨덴 정부의 정책 의사결정 체계가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백신 도입과 접종도 정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스웨덴 방역정책 비판론자들의 이러한 고민은 관점에 따라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을 정도다. 스웨덴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은 어떨까?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여론조사기관 SOM이 지난해 4~5월 사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약 65%다. 2019년과 비교해 약 30%p 높아진 수치다. 또한, 국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작년 11월 조사에서는 약 62%의 스웨덴 국민이 ”정부가 좋은 리더십을 보인다”고 대답했다(한국은 61%).

스웨덴 시민의 정부 신뢰도는 작년 12월 국왕의 방역 실패 선언을 기점으로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정부 신뢰도는 2019년 수준인 약 30% 언저리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이러한 조사 결과는 팬데믹 초기 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국민의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는 사실상 상당 기간 이어졌으며, 오히려 강한 결집력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분명 세계는 스웨덴의 방역정책을 실패로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국의 입장에서 곱씹어 볼 부분이 있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성준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연구센터 연구원

스웨덴 멜라르달렌대에서 박사과정 수료,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 스칸디나비아어과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문화적 차원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 간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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