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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생명공학, 멀어지는 대중
빨라지는 생명공학, 멀어지는 대중
  • 정민기
  • 승인 2021.03.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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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학...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통로’ 시급
과학자·기업·일반인 모두 참여하는 ‘소통’으로 해결
뼈, 간, 심장 등 어떤 장기로 만들 수 있는 베어줄기세포의 상상도. 생명공학 연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픽사베이
뼈, 간, 심장 등 어떤 장기로 만들 수 있는 베어줄기세포의 상상도. 생명공학 연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픽사베이

이상팔 한양대 교수(과학기술정책학)는 지난 8일 발간된 『바이오인규제』 제 7호에서 바이오 신기술의 발전과 적절한 규제를 위해 의견을 상호교환하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연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이 교수의 글 「바이오 규제과학의 지향과 원리」의 주요 부분을 발췌·요약한 것입니다.


이상팔 한양대 교수
이상팔 한양대 교수

바이오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기술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초기에 바이오 기술 수용거부문제는 ‘대중의 무지’로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학 기술 연구기관이나 정부기관, 산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윤리’의 문제를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학계가 대중에게 신기술에 대한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작업을 소극적으로 수행해온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 기술의 신속한 상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의 거부감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 중 일부는 합당한 측면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기술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다. 과학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막연한 정서적 편견’으로 신기술을 거부할 경우, 유익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지연되거나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연구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치고 종국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 선점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생명공학 과학계와 기술 전문가 및 규제기관, 주무 당국 그리고 바이오 산업계는 대중들이 신기술을 거부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바이오 신기술의 이점과 위험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잠재적인 위험을 미래의 효능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환을 이뤄야 한다. 신기술의 이점과 위험 간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실용적 위험평가와 합리적인 판단에 기반 한 규제결정이 이루어지는 ‘리크스 커뮤니케이션 규제 과학화’의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분법적 사고 넘어 체계적인 위험 평가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기술 도입을 둘러싼 위험평가, 위험관리, 위험인식과 관련된 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말한다. 뉴스 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신흥기술이 갖고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여 위험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향상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서 과학자는 기술 위험평가를 통해 ‘데이터’의 의미를 먼저 해석하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로 변환해 대중에게 전달한다. 정서적 편견으로 신기술의 위험성을 평가하던 일반 대중은 과학자의 설명을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기술의 위험성을 판단하게 된다. 반대로 일반 대중이 과학자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이때 대중의 질문이 다소 거칠거나 비과학적·비합리적이더라도 과학자는 충실하게 대답하여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중으로부터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투자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중의 바이오 기술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관점을 반영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접근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바이오 기술 불신이 윤리, 공평성,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를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학, 사회학 등의 인문사회 분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신기술 수용을 거부하는 자들은 위험평가를 보다 총체적으로 접근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보다 넓은 관점의 평가 방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중요하다. 제품 제작과정과 생산된 제품에 관한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대중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며, 종국적으로 바이오 기술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대중이 원하는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중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잠재적인 부작용을 숨기거나 축소하더라도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지면 대중의 분노를 사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신뢰도 향상에 더 좋다.

지금까지 상술한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규제과학을 설계하고 추진할 ‘주도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추세에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집중하지 않으면 대중과 전문가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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