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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6부의 고분 연구
신라 6부의 고분 연구
  • 교수신문
  • 승인 2021.03.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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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현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1124쪽

한국고고학에서 신라고분의 조사·연구


조선 후기의 문인들 중에는 신라 왕릉의 전승 과정을 밝히거나 왕릉을 고증한 글을 남긴 이들이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 고고학적 조사·연구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행적이 근대적 학문체계로 이행하지 못한 채 한반도는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 대상이 되었고, 한국에 대한 일제의 모든 학문적 활동이 그러하였듯이 신라고분의 조사·연구도 일제의 식민지배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1921년 경주 금관총의 우연한 발견과 1924년 금령총의 발굴, 1926년 서봉총의 발굴에서 신라금관이 출토되어, 경주의 신라고분은 일제 관학자들의 큰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1945년 광복으로 한반도에서 고고학적 활동의 주도권이 한국인에게 넘어온 직후인 1946년 경주 호우총과 은령총의 발굴이 한국의 첫 번째 고고학 조사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신라고분의 조사·연구는 실질적으로 한국고고학을 선도하는 분야가 되었다.
국토개발이 본격화되는 1970년대를 지나면서 신라고분의 발굴조사는 경주지역을 넘어 지방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전국에서 수많은 신라고분군의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라고고학은 고분 연구가 중심이 되면서, 연구 주제도 다양해지고 그 깊이도 더해졌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현재도 진행형이며, 연구가 진척되는 만큼 새로운 과제들도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

고고학자료에서 도출된 귀납적 해석이 신라역사 복원에 기여


이 책은 신라의 중앙이 된 경주지역의 신라고분 전개를 종적으로 체계화하여 전체 신라고분 전개 과정의 중심축을 구축하고자 했다. 저자는 그것이 현 단계에서 신라고분 연구의 제일 과제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먼저 신라고분의 시기구분을 명확히 하고, 정밀한 편년으로 뒷받침되는 각 시기 묘제와 고분 구조의 변화 과정을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분에 반영된 사회의 계층성과 고분군의 위계구조를 파악하여 각 시기 신라 중심부 사회의 내부 통합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고분의 사회적·역사적 의미를 찾는다.
이 책에서는 외부 세계의 인류학적 모델에 의존한 고고학자료의 해석보다는 각 시기 고고학자료 자체에서 귀납적 의미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기초적인 통계적 의미라도 가질 수 있도록 각 시기 대소 고분 전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고, 각 시기 자료 자체에 상응하는 분석 방법을 찾고자 하였다. 고고학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문헌 기록이나 문헌사 연구 성과를 활용하기보다는 고고학자료에서 도출된 귀납적 해석이 신라역사 복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무려 1124쪽에 이르는 이 책은 신라고분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논쟁, 그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인 비판과 합리적인 견해들을 담고 있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된 각 시기 신라고분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체계적인 정리는 반백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저자의 학자로서의 성실함과 무게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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