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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 건축은 과연 ‘서양화’일까
개항기 건축은 과연 ‘서양화’일까
  • 하혜린
  • 승인 2021.03.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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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와 서양화 사이에서』 서동천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446쪽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중층적 구조 취해
건축 외형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 지점 탐구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석조전. 사진=한양대 출판부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석조전. 사진=한양대 출판부

『복고와 서양화 사이에서』는 1864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 한성에서 이뤄진 건축과 도시의 변화들을 아우른다. 그중 주목했던 대목은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석조전의 비교였다. 

두 건물의 근본적 차이는 지향점이 달랐다는 점이다. 경복궁 근정전은 이른바 ‘복고’ 건물이다. 고종 초기 흥선대원군의 주도 아래 경복궁 복원 등 일련의 개혁정책을 시행해 과거로 회귀하고자 한 움직임이 반영돼있다. 반면 덕수궁 석조전은 소위 ‘서양화’의 반영이다. 적극적으로 서양 문물을 유입하고자 했던 고종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

두 건물은 4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건축됐지만 모두 고종 재위기에 지어졌다. 흥미로운 지점은 건설 사업을 명하는 공식적인 문서의 주체인 건축주와 건축용도도 동일하지만 두 건물은 전혀 다른 건물이라는 점이다. 시각적으로도 물론 구분이 가능하지만 건축기술과 재료, 수법, 시공기술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상이하다. 저자는 건축의 외형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변화의 지점들을 탐구했다. 

두 개의 상이한 건축물로부터 시작된 탐구는 닫힌 역사와 시간에 대한 고찰로 첨예하게 향한다. 이 책에서 닫힌 역사라고 함은 ‘개항기’이다. 저자는 한국의 건축사학에 있어 개항 이후를 ‘근대화’로, 개항 이전을 ‘전근대화’로 보는 이분법이 여전히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개항기를 보는 닫힌 역사인식에서 벗어나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석조전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극단적 분류는 시간의 선형적 흐름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특히 ‘복원’에 적용된다면 왜곡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책은 1864년부터 1910년까지라는 명확한 시기를 한정하고 있지만 사실 그 사이에 무수한 길들이 있을 수 있음을 명시한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다고 그 흐름이 모두 일률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지어진 건축을 연구한다면 그 시기의 역사적, 문화적 요인들을 오목조목 따져 건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관계를 고려해봐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하나의 건축이 탄생하기까지 그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개항이 됐다고 바로 서양식 건축물이 뚝딱뚝딱 건설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건축사 연구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건축주의 의도와 건설경제의 변화, 건설조직의 변화 등과 같은 건축에 직접적인 외력을 행사하는 요인들이다.

최종적으로 저자는 한성의 47년간의 변화 양상들을 거시적, 미시적으로 살펴보며 개항기 건축을 ‘서양화’로 간주하는 인식체계에 문제를 제기한다. 건축의 외형, 즉 결과물만 놓고 보았을 때 서양화라는 단언을 하기 쉽다. 하지만 당시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의 대부분이 중국인과 일본인의 역할에 의한 것이라면, 또한 한국인 기술자들이 서양식 건축을 지향한 것도 아니라면 특정 시기를 ‘서양화’라는 굴레로 가둘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이 책은 닫힌 결과를 프레임 삼아 과정 전체에 대한 탐구를 간과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비단 건축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건축이라는 우리 눈앞에 현전하는 대상물이 시사하는 바는 역사를 딛고 서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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