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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자가 본 올여름 더위
기상학자가 본 올여름 더위
  • 허창회 서울대
  • 승인 2004.08.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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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줄어 매년 '폭염' 계속될 것

2004년 여름이 시작될 즈음에 올해 여름이 1994년만큼 더울 것이라고 자신 있게 장기예보를 내놓은 기상청 예보관께서는 지금쯤 내심 편하지 않을 것 같다. 8월초 들어 텔레비전과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올해 여름은 정말로 더웠고, 10년 만에 찾아온 더위라고 맞장구를 쳐준 덕에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것은 아닐는지. 물론 현재의 대기과학 수준으로는 정확한 장기예측 결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만에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내놓은 장기예보는 너무 자극적이었다고 여겨진다. 이 장기예보 때문에 수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온 여름철 더위가 더욱 무덥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이 평년과 비교하여 얼마나 더웠으며, 1994년 여름과는 얼마나 기온 차이가 나는가를 서울과 부산에서 관측된 일평균 기온의 시계열을 보면서 살펴보기로 한다. 그림에서 평년값은 각 날짜별로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동안 평균된 값으로 정의된다. 전체적으로 서울과 부산의 여름철 기온은 지리적인 위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6월초에는 20℃ 내외의 기온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7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상승해, 이때부터 8월 중순까지 25℃ 정도의 높은 기온이 유지된다. 장마가 끝나고 가을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한달정도의 이 기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기간이며,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 바다와 강, 계곡을 찾는 휴가철이기도 하다.

1994년 여름은 그림에서 얼핏 보기에도 7~8월 내내 평년값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기온값을 나타냈다. 특히 무더위 기간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평년과 비교해 무려 5℃ 이상의 높은 고온값이 나타났다. 그런데 2004년 여름의 기온은 전반적으로 1994년보다는 낮아서 평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서울에서 6월 초와 8월 초에 평년보다 최대 5℃까지 높은 고온값이 잠시 동안 나타났지만, 부산에서는 이러한 온도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두개의 그림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2004년 여름철 기온은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변동하는 평년 기온에 속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 올해의 여름철 기온이 평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994년 여름에 버금갈 정도로 더위서 10년 만에 폭염이 찾아왔다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제일 큰 이유는 기상청에서 너무도 자신 있게 10년 만에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장기예보를 냈고, 여름 내내 이 얘기를 반복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작년과 재작년 여름철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기온이 평년보다 훨씬 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이 그렇게 덥지 않구나 하는 착각을 하고 있었으며, 이와 비교해 수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온 올해 여름이 무덥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마가 끝나는 7월 중순 이후에 우리나라의 기온은 원래 높다. 이때에는 일 최고 기온이 30℃를 넘고 습도도 높기 때문에 무더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또, 사무실에서나 식당, 버스, 지하철에서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가동되는 에어컨 덕분에 갈수록 길거리의 더위를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도시로 갈수록 녹지 면적은 줄어들고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거리의 면적이 커진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녹지에서는 나무나 풀이 비의 형태로 내린 물을 머금고 있으면서 그 물을 증발의 형태로 다시 대기중으로 되돌려준다. 이때 액체 상태의 물을 기체 상태의 수증기로 상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고, 이 에너지는 지면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스팔트와 시멘트는 물을 머금지 못하기 때문에 증발이 일어나지 못해 같은 양의 태양에너지를 받더라도 대도시에서 지면 기온이 높다. 이에 더해 사람이 살면서 내놓는 엄청난 양의 열기가 거리로 뿜어져 나오는 사실을 안다면 대도시로 갈수록 덥다는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생활이 윤택해지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기상청의 자극적인 장기예보나 언론매체의 호들갑이 아닐지라도 10년만의 무더위는 매년 찾아오는 일상의 생활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허창회 / 서울대 대기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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