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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팬데믹 이후 양안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글로컬 오디세이] 팬데믹 이후 양안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21.03.2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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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월 15일 타이난시 군부대를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
지난 1월 15일 타이난시 군부대를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

 

2020년의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방역과 치료, 격리와 봉쇄를 반복해 왔다. 감염의 공포와 국경의 통제는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의 고용과 생산을 감소시켜 대부분 국가는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대만은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3%에 근접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만의 높은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방역 성과 때문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 발생 이후 1년 여가 된 2021년 3월에도 확진자 수가 1천명 이하이며, 사망자 수는 10명에 불과하다. 코로나 방역 성공이 내수경제의 침체를 최소화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의 수출을 대폭 증가시켰다. 

대만의 방역 성과와 경제성장은 양안관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선 방역, 경제, 국방 분야에서의 만족도가 고조되면서 대만인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 반면에 중국은 대만의 탈중국화를 막기 위해 무력시위의 일상화와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금지 조치와 같은 압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대만의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경제와 방역의 성공이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높였고, 대만의 미래발전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켰다”면서 “대만이 정상국가로 갈 수 있는 100년 만의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방역과 경제의 성공에 기인한 차이잉원의 자신감에 찬 발언은 대만인 정체성 지표의 향상과 미국의 강력한 지원 의사에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대만의 방역 성공은 대만인 정체성 인식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2020년 조사에서 자신이 대만인이라고 응답한 대만인 비율은 64.3%로 전년에 비해 5.8% 상승하여 199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에 중국인 정체성은 2.6%에 불과했고, 자신을 중국인이자 대만인이라고 같이 인식하는 이중정체성도 처음으로 30%에 미치지 못했다. 대만인 정체성의 강화에는 중국의 압박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대만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인식하고 있다. 전임 트럼프 정부는 대만을 방문하는 정부 인사의 직급을 높이고 영역을 확대했다. 2020년 한해 동안 알렉스 에이자 보건부 장관,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마이클 스튜드먼 해군 소장이 공식∙비공식적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그리고 대만여행법 등 법적인 조치를 통해 대만에 대한 지원과 안전보장 의사를 확인시켰다. 이 또한 대만인의 자신감의 커다란 동인이 되었다.

 

중국은 압박∙위협 동원해 현상 유지

 

중국은 대만이 신장, 홍콩과 더불어 핵심이익과 결부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팬데믹 선언 이후 중국은 대만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대만해협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정치, 외교 부분의 압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군사와 경제 분야의 압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금지를 통보했지만 대만의 농업 비중은 전체 경제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준다기보다는 경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순회비행 횟수가 갑작스레 증가했다. 2020년 한 해 380회 이상 비행했다. 매월 30회 이상 비행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공격이 아닌 위협 비행이다.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만인은 많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여전한 지금 미중관계는 긴장이 지속될 것이며, 미대관계는 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대만은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조심스러운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은 일상화가 진행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대만에 유리한 외부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을 원하지는 않는다. 양안 쌍방의 대화와 암묵적 타협을 통한 평화로운 현상유지가 코로나 시기 미국, 중국, 대만 모두가 희망하는 양안관계로 보인다.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인민대에서 중국정치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양안관계와 통일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주요 논문 「중국의 일국양제와 대안모델에 대한 고찰」(2020), 공역서 『중국 정책결정: 지도자, 구조, 기제, 과정』(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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