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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교수 카스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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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1.03.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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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강신철 논설위원(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 대학정책연구소장)

 

강신철 논설위원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
강신철 논설위원(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

대학에서 교원을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나누고, 이에 더해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지성적이고 윤리적인 행위인지 한 번 따져볼 문제이다. 고등교육법 제14조 2항에는 “학교에 두는 교원은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 및 조교수로 구분한다.”고 되어 있고, 제17조에는 “학교에는 위 교원 외에 명예교수·겸임교원 및 초빙교원 등을 두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전임교원이나 비전임교원을 구분하고 정년트랙, 비정년트랙이라는 교원 신분상의 차별을 규정해 놓은 법률조항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통상적으로 교수, 부교수, 조교수를 전임교원으로 분류하고, 시간강사, 명예교수,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을 비전임교원으로 분류하고, 전임교원을 다시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구분하여 급여를 차별하거나 각종 교원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원 분류체계가 비교적 간단했다. 전임교원들은 연구와 강의능력에 문제가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고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순으로 승진했고, 비전임교원들은 단기간 특정한 목적으로 임시 채용되었다가 그 기간이 만료되면 교수직을 그만두거나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적어도 교수 간에 계급 차별의식은 없었고, 신분, 승진요건, 정년 보장 여부 등에 대한 불만이나 혼란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희한한 신분제가 등장하고, 산학협력과 취업률이 강조되면서 산학협력교수, 연구교수 등 새로운 교수명칭이 등장하고, 대학평가에서 교수충원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데 반해 등록금은 동결되어 대학들이 재정에 압박을 받으면서 교수 인건비를 줄인다는 미명 하에 법령에도 없는 다양한 형태의 교수명칭이 생기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비전임교원으로 분류되는 명예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 외에도 연구교수, 겸직교수, 산학협력교수, 강의전담교수, 대우교수, 방문교수, 교류교수, 외래교수, 특임교수, 기금교수, 석좌교수, 객원교수 등 수십 가지나 되는 교수명칭이 등장하여 교원의 신분과 처우에 대한 구분이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여기에 교원을 다시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눔으로써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새로운 교수명칭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규정이 생기고, 대학사회에는 반지성적이고 비윤리적인 신분차별제가 부지불식간에 등장했다. 


대학의 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핑계가 될수 없다. 대학의 재정형편이 정 어렵다면 기존 교수들의 급여를 낮추어서라도 신임교수들과 동등한 인사평가기준에 따라 급여와 승진 요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지성인들이 취해야 할 태도이다. 선임 교수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후배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비정년트랙 전임’이라는 신분차별제를 창조해낸 대학들도 문제이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는 교육부도 문제이다. 오히려 교육부가 대학평가와 지원금을 무기로 등록금은 동결시켜놓고 교수충원율은 높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폄으로써 대학사회에 신분차별제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부는 법정 전임교수 확보율에 정년트랙 전임교원만 인정하든지, 국책사업 평가항목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비율이나 급여 차별 지수 등을 추가하여 불이익을 주든지 어떤 형태로든 교원의 신분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이미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복지제도라는 차원에서 등록금 동결로 인한 사립대학들의 재정부족분을 고등교육 지원예산을 늘려 보전해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학들도 법령에도 없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놓고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 교원에게 부여된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급여를 차별한다거나 각종 위원회 참여 권한을 제한하는 등 반지성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대학의 인사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선임 교수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창조해 낸 현대판 신분제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 

강신철 논설위원
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 대학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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