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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으로 여름을 생각함 - 복날
그대 이름으로 여름을 생각함 - 복날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8.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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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나 山亭을 찾아 濯足하다

박 환 영/중앙대 민속학

복날은 1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이며, 복날이 들어가 기후가 지나치게 달아올라서 아주 더운 철은 ‘복달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날의 더위는 소위 三伏 더위로 잘 알려져 있다. 三伏이란 夏至부터 셋째 庚日을 初伏, 넷째 庚日을 中伏, 입추부터 첫째 庚日을 末伏이라 하는데 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복날을 나타내는 伏은 엎드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복날은 가을의 서늘한 金氣가 여름의 무더운 火氣를 두려워하여 엎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가을의 서늘한 金氣가 여름의 火氣를 두려워하여 세 번(초복, 중복, 말복) 엎드리고 나면 무더운 더위가 거의 지나가게 되는 셈이다. 

더위와 邪氣 쫓았던 전통 먹거리들

복날이 되면 궁중에서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氷菓를 주었고, 宮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가져가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민중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관련해서 복날을 살펴보면 복날과 관련된 다양한 민속이 남아 전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민중들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복날 속에는 과연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을까? 먼저 농촌의 생활문화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조선시대 ‘農家月令歌’의 六月令의 일부를 살펴보자. 

三伏은 俗節이요/ 流頭는 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家廟에 薦新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農家月令歌’에 보여지는 복날이 든 六月은 여름의 끝자락인 季夏라서 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파리와 모기가 많아서 건강을 해치기 쉬운 계절이다. 또한 이 때는 한편으로는 農家의 일이 많아서 바쁜 시기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여름에 재배되는 과일을 가지고 조상들에게 薦新하는 때이기도 하다.
복날은 더위와 관련되기 때문에 더위를 피하기 위한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복날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술과 음식을 마련해 가지고 계곡이나 山亭을 찾아가서 더위를 잊고 하루를 淸遊한다. 또는 濯足이라 해서 맑은 물에 발을 담가 놓고 하루의 더위를 잊기도 하였다. 그리고 보리밥과 파국을 먹으면 더위를 물리치는데 효력이 있다고 해서 복날에 먹기도 하였다. 또한 복날에는 반드시 팥과 멥쌀로 만든 죽을 먹었는데 洪錫謨의 ‘東國歲時記’에도 복날에는 팥으로 죽을 쑤어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특히 복날에는 狗肉(개고기)국을 만들어 먹는데, 이것을 먹으면 더위를 물리치거나 허약한 것을 보한다고 한다. 洪錫謨의 ‘東國歲時記’에 보면 三伏 때 개를 잡아 삶아서(烹狗) 파를 넣고 끓인 음식을 狗醬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조선후기에 柳晩恭이 저술한 ‘歲時風謠’의 伏日편에 보면 “伏日食羹”이라고 하여 伏日에 먹는 개국을 戌羹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狗醬 혹은 戌羹 외에도 복날에는 닭을 잡아서 내장을 모두 꺼내고 그 속에 인삼, 찹쌀, 대추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 鷄蔘湯을 먹기도 한다.
복날에 狗醬을 먹거나 팥으로 죽을 쑤어 먹는 것은 몸을 보신하는 기능 외에도 사악한 것을 쫓는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개는 집을 지키는 동물이며, 밤에도 볼 수 있기 때문에 厄을 막을 수 있으며, 팥은 붉은 색이라서 陽의 기운이 충만하기 때문에 逐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날의 의미는 복날을 설명해 주는 民間俗信語에도 잘 나타나 있다. 가령 民間俗信語인 '복날에 더위를 팔면 더위를 안 먹는다', '복날 보신탕을 먹으면 좋다', '伏日 개장국을 먹으면 몸보신하는 데 좋다' 등이 있다. 특히 복날에는 일반적으로 狗醬을 먹고, 정월대보름날에 행하였던 '더위팔기'도 행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우기 복날에는 깊은 산골짝에 있는 약수터를 찾아가서 더위를 식히기도 했고, 아이들이나 부인네들은 복날에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잊기도 했다. 특히 충청도 지방에서는 복날 새벽에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는다. 이는 福이 오라는 뜻으로서 정월 처음 맞는 龍날에 용알뜨기와 비슷하다.

三伏에 비가 오면...

한편 복날에 비가 오면 靑山ㆍ報恩 고을의 큰 애기가 운다는 속담이 있는데, 金邁淳의‘洌陽歲時記’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추나무는 三伏에 열매가 열리는데, 비가 많이 오면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충청도 청산, 보은의 두 고을은 지리적으로 대추가 잘 열리어 그것으로 생업을 삼기에 적당하고, 천 그루나 되는 대추밭이 있는 곳이 서로 바라다 보이곤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결혼비용과 衣食문제까지도 그 대추 속에서 해결된다. 따라서 당시 속담에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의 눈물이 비오듯이 쏟아진다’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속담을 몇 가지 더 들어보면 “복날 비가 오면 대추가 흉년든다”, “복날 비가 오면 청산ㆍ보은 처녀가 부엌문 잡고 운다”, “삼복에 비가 오면 청산ㆍ보은 처녀가 운다” 등이 있다.
복날의 이런 다양한 생활문화를 한번 되새겨 본다면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단순히 狗醬과 鷄蔘湯을 먹는 날로서의 복날이 아닌 좀더 다양한 우리네 전통문화가 듬뿍 담겨있는 복날이 될 것이다. 더욱이 복날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면 복날의 무더운 더위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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