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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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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20쪽

세상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나의 신념을 과신하지 말고, 나의 불의를 의심하라”

자신의 신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성찰할 줄 모른다. 이들은 아무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해도 귀를 닫아버린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옳고 내가 선이라는 신념을 지켜야 불굴의 정신세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과신하지 말고 내가 행했을 수 있는 불의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음을 어째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가? 프랑스의 철학자 제라르 벵쉬상은 “내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또 이러한 믿음에 만족할수록 나는 덜 정의롭다”라고 말했다.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치적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경멸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현된다. 이는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만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정치적 신앙인’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가 종교와 다른 이유는 내가 믿는 하나의 것만이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종교화는 맹목과 맹신과 광기만을 부추긴다. 감정과 정념의 정치는 숭고한 대의로 무장할수록 극단으로 치닫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나만이 옳다는, 그리고 너는 모두 틀렸다는 불변의 신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신념 속에서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극단과 광기가 난무하는 문재인 시대를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타협은커녕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계속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세력은 우리만이 선이고 우리만이 옳다는, 성찰과 회의를 모르는 독선의 정치를 해왔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로남불의 정치를 해왔다. ‘촛불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폐라고 단죄되고, 의견이 다르면 토착왜구라고 낙인찍힌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소통과 공론의 장은 사라졌고, 서로가 극단적인 자기주장만 반복해서 외친다. 더구나 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리더십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보다 심하게 분열되었고, 극단의 시대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착한 권력’인데, 왜 야당을 비판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권력을 비판한다는 것이 야당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닐 것이다. 다만 한국 정치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보수 야당에 물었다면, 적어도 오늘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집권 세력에 묻는 것이 균형 있는 태도다. 더구나 현재의 집권 세력은 대통령, 행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권력이 아니던가. 그런 권력에 오늘의 현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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